매일신문

지금 세계는-(4)2004 올림픽 지구촌 협력 이끌것

2800년 전, 민주주의의 발상지 그리스에서 아이디어 하나가 나왔다.

젊은이들이 전쟁이 중단되어 있는 동안 올림푸스의 제우스 신을 기려 5일 동안 소수의 체육행사에서 경쟁하자는 것. 승자에게는 상(賞)으로 '코티노스'라는 올리브 잎으로 만든 관이 주어졌다.

초기 올림픽은 잘 진행되어가다 1270년 이후 중세 초기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이교도들의 침범에 맞서 싸우면서 올림픽 경기를 비기독교적인 축제로 지적, 금지시켜버렸다.

그러다 1502년이 지난 1896년, 평화운동가이자 체육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낭만적인 프랑스 귀족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아테네에서 시작된 올림픽경기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꿈을 이뤘다.

이후 올림픽 경기는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 1988년엔 한국에도 도착했다.

이제 2004년 올림픽은 그 발상지인 아테네로 돌아왔다.

요즘 세계는 스포츠를 통해 올림픽의 이상인 평화를 기리는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올림픽의 순수한 이상은 세월이 변하면서 수없이 공격받아왔다.

아마도 가장 큰 적은 스포츠의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는 상업화일 것이다.

올림픽은 이론적으로는 여전히 아마추어를 지향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스폰서업체나 축구 등과 같은 상업성이 짙은 스포츠 때문에 게임의 본질이 변해버렸다.

정치적 이데올로기 또한 추한 뒷모습으로 떠오른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흑인 제시 오웬스가 메달을 획득하자 아돌프 히틀러는 경기장을 떠나버렸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몇몇 운동선수들이 살해되기도 했다.

또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때는 영국의 총리 대처가 미국의 이념적 노선을 따라 운동선수들이 모스크바로 가지 않도록 충고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오스맨과 같은 수많은 사람들은 그같은 이념적 충고를 무시하고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러나 상업적·이념적 방해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정신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이상의 근본인 선(善), 공명정대함, 아마추어간의 순수한 경쟁 등은 인류애와 더불어 지금도 살아있다.

우리는 단지 메달만을 획득하기 위한 인류의 탐욕, 정치이데올로기 싸움 등의 부패로부터 벗어나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감사한다.

올해 올림픽경기는 국제관계의 혼돈 속에서 세계의 가장 관심이 되는 지역 중 하나인 아테네에서 열리게 됨으로써 역대 가장 큰 대회가 될 전망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갈등과 문제는 오늘날보다 훨씬 분명했다.

그러나 1989년 이후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이 신봉하는 이념이 무너진 반면 자본주의자들도 그들이 싫어하는 공산주의라는 적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새로운 적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바로 '테러리즘'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스포츠축제와 오늘날 국제사회의 가장 큰 정치적 이슈인 '테러' 라는 이미지가 중복된다.

그리스 정부는 테러 위험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안으면서도 보안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에 대한 개별 국가들의 반테러 활동에 대한 기여와는 별도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까지 개입됐다.

매일매일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에는 센세이셔널한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최근 뉴스로는 영국 타임즈지의 일부 기자들이 올림픽 경기장에 침입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물론 테러에 대한 안전문제는 상당 부분 과장되고 왜곡된 측면이 있지만 그리스 내 여론도 사건 자체보다는 전세계적으로 과장돼 있는 여론(특히 CNN을 통한)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장이나 선수 및 임원수송을 위한 교통시설 등 시설준비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현재 일의 진척도나 새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모든 준비가 제대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회직전이 돼서야 끝나겠지만.

또한 BC 490년 마라톤 전투가 벌어졌던 유명한 곳에 카누.카약 경기장이 들어서 고고학자들과 역사가, 환경단체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이라면 테러에 관한 그 모든 편집증적 증세와 안보 문제에 있어서 막대한 지출이 실제로 안전을 이끌어내는 것인지의 여부다.

테러리즘과 관련된 논쟁이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상업화에 관한 논란이 무엇이든지 간에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친절한 그리스 사람들의 참가 선수들에 대한 헌신적 노력과 더불어, 그리스인들의 천부적인 조직화('조직'이란 말 자체가 그리스어다) 능력이 조합된다면 이번 올림픽은 이라크문제 등 중동에서의 현존 문제들을 초월하여 지구촌을 더욱 협력적이고 다원적인 미래로 이끌 것이라는 점이다.

약력

△1952년생 △런던정경대학(국제사 박사) △전 외교관, I.T.T(International Telephone & Telegraph Cooperation) 유럽공보담당관 △티라나 뉴욕칼리지 초빙교수

사진 : BC 490년의 마라톤 전투로 유명한 곳에 카누·카약 경기장이 들어서 역사가들과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사진은 2004 아테네올림픽의 카누·카약 경기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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