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
"국민연금은 어려운 사정이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 25일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관련 보고를 받고 "공무원부터 내용을 확실히 이해해서 국민 설득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국민연금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고 성공시켜야할 제도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고속 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는 노후 복지제도를 가능한 빨리 정착시키지 않으면 미구에 닥칠 초고령 사회에서 겪어야할 혼란과 어려움은 상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이같은 국민적 제도가 뿌리내리기는커녕 아직도 존폐의 대상으로 비판받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밖에 없다.
◎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제도
백년대계에 논란이 없을 수는 없다.
1988년 국민연금 첫 시행을 앞두고도 치열한 논란이 있었다.
정.관계를 비롯해 학계 민간단체까지 가세해서 선심정책 시비와 시기상조 논란, 기금운용 방법과 대상 확대방안, 보험.급여율 등 광범위한 토론과 공방이 있었다.
실시 이후에도 노후를 실감 못하는 대다수 젊은 봉급생활자들은 막연히 박봉을 뜯기기만 하는 것 같아 불만이었고, 기업으로서는 어려운 형편에 의료보험 분담금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준조세가 늘어나 불만이었다.
안티그룹이 생겨난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1999년 자영업자들을 포함한 사실상의 전국민 연금시대를 열었지만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지난해 정부는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국민연금법을 고쳐야 한다고 나섰다.
현행 소득의 9%인 보험요율과 60%인 급여율(소득대체율)을 유지할 경우 2036년 수지적자를 시작으로 2047년이면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는 것이다.
파탄을 막기 위해서 보험요율을 2010년부터 매 5년마다 1.38%씩 올려 2030년에 15.9%가 되게 하고, 급여율은 올부터 2007년까지 55%, 2008년부터는 50%로 내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5년 단위로 실시되는 재정 재계산제도에 맞추기 위해 '더 내고 덜 받는'법안의 국회 통과를 서둘렀지만 국회의원들의 국민 눈치보기 덕분에 아직은 미결상태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이 무렵 노골화됐고 이번에 촉발된 '안티 국민연금'운동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일 한 네티즌이 올린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은 수급권의 축소일변도식 운용,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보험요율, 무차별 압류와 강제 징수 등 8가지 항목을 지적하고 있다.
쉬운 문체로 기술된 이 글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빠르게 확산시켰고, 들끓는 사이버 여론은 결국 오프라인으로까지 넘쳐 흘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비밀 바로알기'라는 대응문건을 만들어 진화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글은 일견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회보험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대부분 잘못된 문건이란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며 조목 조목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약간의 지식'을 갖도록 할 책무가 다름 아닌 보건복지부와 관리공단에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거기서부터 야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이 이번처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지적함으로써 항간에 나도는 '민간보험사들의 국민연금 흔들기'라는 억측을 떠올리게 한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보건복지부와 연금공단이 오히려 민간보험사의 홍보 전략과 끊임없는 제도 개선 노력을 배워야 한다.
연금이 세금이 아니듯 관리공단은 세무서가 아니다.
당연히 직원들도 세무서 직원과는 자세가 달라야 한다.
모든 국민이 '약간의 지식'을 갖도록 홍보와 계몽 활동을 강화하고 소비자인 국민 이익과 편의를 우선하는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 본질적 문제 공론화 계기로
정책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보험료 상한선 인상, 수급권 개선 등 몇가지 드러난 문제의 개선으로 이번 사태가 일시 숙질지 모른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의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더 내고 덜 받는'수준의 적정선 찾기와 기금을 불려나갈 운용 방안 마련 등이 그것이다.
노후 최저생활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의 '덜 받는' 급여나, 현재의 정상 생활을 저해할 정도로 '더 내는' 보험료는 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덜 내고 더 받는'묘책이 있지도 않다.
선진 각국들도 겪었고, 겪고 있는 이 난해한 문제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이해와 참여 속에 재정지원 확대와 안전판 마련, 분배 룰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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