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버스 직장 폐쇄 결의

파업 4일째 노조 반발...갈수록 사태악화

대구의 시내버스 파업이 4일째 지속되는 가운데 사용자측인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이 노조의 파업에 맞서 28일 직장 폐쇄를 결의했다. 이에 따라 파업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노사 양측의 갈등이 더욱 깊어져 파업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 직장 폐쇄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은 28일 오전 대표자 회의에서 직장 폐쇄를 결의했다. 조합은 이날 오후 3시에 파업중인 26개 업체 대표들이 직장폐쇄 신청서에 모두 서명 날인하고, 신청서 제출 시기도 이때 결정할 방침이다.

당초 조합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임금인상 수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었다. 또 광주의 버스파업도 임금협상 타결로 풀려 대구의 버스 파업은 이날 회의를 계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버스업체에 대한 대구지방노동청의 갑작스런 근로감독 조사가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격앙돼 직장폐쇄로 급선회한 것.

대구버스조합 최준 이사장은 "시민들의 불편을 더이상 방관할 수 없고, 파업이 장기화되면 노사가 공멸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인금인상안을 적극 검토 중이었다"며 "그러나 노동청이 갑작스레 특별근로감독에 나서면서 지금까지 하지 않던 여직원 생리수당까지 따지는 일이 알려지면서 대표자들이 격앙, 결국 직장폐쇄 결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용태 버스노조 지부장은 "회사측이 이렇게까지 할줄은 몰랐다"고 반발하면서 "노조측도 각 회사의 노조 대표들과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28일의 사용자 회의에 그나마 기대를 걸었는데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빚었다"면서 "이번 일때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의 여지가 더욱 좁혀졌다"고 우려했다.

▨ 차가운 시민 여론

시민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동조 의식을 갖고, 시나 행정 당국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을 보내던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특히 사용자측의 '직장 폐쇄 결의'가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라며 노사 모두에게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대구시청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최근들어 '버스 파업에 절대 시민이 굴복하면 안된다'는 글이 잇따르는데 이중 80%이상은 비난의 화살을 노.사 모두에게 돌리고 있다.

버스 정류장 등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28일 오전, 출근길에 버스를 기다리던 박미정(32.여.대구 동구 불로동)씨는 "불경기로 모두 어려운데 '시민들의 발'이 파업을 하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0여분 늘어났지만 대구시가 이번만큼은 무원칙하게 문제를 풀려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오전 12시쯤 사용자측의 직장 폐쇄가 알려지자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더욱 잇따르고 있는데 김영훈(28.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정말 해도 너무 한다"며 "노조와 사용자 모두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시민들을 볼모로 하는 힘겨루기를 당장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병고 기자. 문현구 기자

사진 : 대구 시내버스 파업 3일째인 27일 오전 중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택시와 마을버스를 이용해 등교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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