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담배와 총리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지명을 앞두고 정치권의 찬반 논쟁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 금연운동 단체에서 김 전 총리의 지명을 반대하고 나서 작은 화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며칠전 '김 전 지사의 총리 내정에 대한 의견서'를 내고, 경남지사 재직 시절 세계적인 3대 다국적 담배회사를 유치한 김 전 지사의 총리 지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김씨가 총리가 될 경우 일련의 금연정책이 후퇴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서를 청와대와 정당 대표들에게 제출했다.

▲김 전 지사는 재직시 경남 사천에 BAT, 양산에 필립모리스사를 유치했고, 일본담배회사(JTC)의 공장 설립도 성사시켜 CEO출신 지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유치된 일부 공장이 당초 약속한 국산 잎담배 수매를 이행하지 않아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다소의 잡음이 있었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지사의 업적에 누(累)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김 전 지사의 업적이 흠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금연단체는 "경남지역 한 곳에 대규모 다국적 담배회사가 집중적으로 공장을 설립하는 데 대해 국제 보건전문가들도 놀라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총리가 되면 국민의 건강을 위해 금연 운동에 앞장서야 하는데 국민 건강을 담보로 경제적 이득을 얻겠다는 발상을 가진 김 전 지사가 어떻게 금연운동을 할 수 있겠느냐"며 총리 지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금연단체의 주장이 김 전 지사의 총리 지명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전혀 장담할 수 없지만, 금연과 관련된 문제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일국의 재상 자리에 흠결요인으로 대두됐다는 사건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진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시기적으로도 오는 31일이 '세계 금연의 날'이다. 금연 운동이 최고조에 달하고 담배의 해악에 대한 캠페인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하필이면 이 때 총리 지명에 노심초사해야 하는 김 전 지사의 심기는 더욱 편치 않을 듯싶다.

▲'세계 금연의 날'을 앞두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악순환'이라는 보고서는 "담배 산업의 최대 희생양은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흡연자 약 13억명중 84%가량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이고 선진국에서도 담배는 저소득층에서 가장 많이 피운다는 것이다.

또 WHO는 담배 공장 유치는 잎담배 수매를 늘려 가난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에게 담배 잎의 니코틴이 피부에 스며들어 혈압과 심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등 담배 재배 수익보다 의료비 지출이 더 크다는 것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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