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공유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범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영화나 MP3, 게임, 유틸리티 등은 물론 강의 노트, 만화, TV 드라마 등 디지털화 될 수 있는 것이면 모두 공유한다.
편리할 뿐더러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남의 재산을 가로채는 범법행위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엔 공유서비스를 둘러싼 법정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파일공유서비스는 우리에게 빛과 어둠 중 어떤 쪽이 가까울까.
◇인터넷 공유 실태
직장인 김모(38)씨는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P2P 프로그램 '프루나'에 접속하면서 아침을 시작한다.
평소 보고싶던 영화를 검색해 다운로드받아 놓으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누가 돈 내고 영화를 보고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듣습니까.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받으면 그만인데요"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7)씨는 학교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 바를 즐겨 찾는다.
손님들이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면 어떤 노래든지 즉석에서 틀어주기 때문. 비디오는커녕 CD 한 장 없는 이 가게에서 손님들이 원하는 모든 노래를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은 '소리바다'에서 무료로 다운받은 3천여곡이 넘는 MP3 음악 덕분이다.
김씨나 최씨처럼 '프루나', '당나귀', '소리바다', '벅스뮤직' 등 영화나 음악 등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국내에만 수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 인터넷 포털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공유서비스를 통해 음악이나 영화 등을 한번이라도 다운받아본 적이 있는 국내 네티즌은 4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세지는 논란
이처럼 인터넷상에서 파일공유가 일상화되면서 매출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자 관련 업계들이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예전 인터넷 파일공유서비스를 제공한 운영자들을 상대로 했던 법정 공방이 최근엔 사용자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달 27일 법률사무소 '동녘'은 20명의 네티즌을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이 가수 백지영의 뮤직비디오 '성인콘서트'와 영화 '킬빌2', '주온2', '신설국' 등 저작권이 있는 동영상을 파일공유서비스인 P2P를 통해 다운받아 무단으로 공유했다는 게 이유다.
또 네티즌 3천500명의 저작권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에게 내용 증명을 보내 사용료 명목의 합의금을 내고 합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P2P 서비스인 '소리바다' 이용자 50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는 한국음반산업협회도 조만간 온라인 스토리지 서비스,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등을 통해 MP3 음악 파일을 공유한 네티즌 10여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도 집단 대응에 나섰다.
인터넷 파일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하면서 애꿎은 선량한 다수의 이용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라는 것. 게다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한 취미생활을 저작권법 침해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해외 사례
P2P 파일 공유에 대한 논란은 비단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외국도 디지털 콘텐츠의 공유와 관련 법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국제음반협회(IFPI)는 네티즌 247명을 불법 파일 교환혐의로 고발하는 등 P2P방식의 온라인 음악 유통에 대해 강력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지난해 9월부터 음악 파일 공유 혐의로 고소한 사람은 3천여명에 이른다.
지난 4월 24일에는 음악 파일 공유자 483명을 저작권 침해로 추가 고소했으며, 현재 437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터넷에서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 P2P 소프트웨어인 '위니'(Winny) 개발자가 지난 10일 체포되면서 파일 공유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컴퓨터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2천900만명 정도에 이르는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186만명이 파일 교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캐나다 법원은 지난달 1일 P2P 방식의 음악 파일 교환에 대해 '합법'이라는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법원은 캐나다 지역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음악을 다운받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흔치않은 판례여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터넷 공유, 범죄행위인가?
그렇다면 인터넷을 통한 음악, 영화 등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국내에서는 어떻게 해석될까. 일단 법조인 대부분은 범죄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재동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이 상업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면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남의 창작물을 불특정 다수에게 무단으로 제공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최근 발생한 인터넷상의 P2P 파일 공유에 적용할 법 조항이 아직 미비한데다 판례도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런 공유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터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P2P란=Peer to Peer의 약자로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개인의 PC를 직접 연결해 서로 파일을 공유.교환하는 방식. 당초 MP3 음악을 받기 위해 시작됐다가 기술이 발전하며 동영상, 사진, 문서 등까지 교환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교환되는 파일이 P2P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중앙 컴퓨터 서버에 일시 저장됐으나 저작권 시비에 휘말리면서 최근에는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네티즌끼리 교환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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