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디지털과 문화 환경

현대사회에서 대중문화를 이끄는 대표적 문화상품으로는 가요와 영화를 들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이 두 분야는 서로의 처지가 극명하게 갈려 큰 대조를 이룬다.

영화계는 유사 이래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1천만 관객 돌파, 국제 영화제 수상 등 꿈같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가요계는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로의 처지는 정반대였다.

가요계는 음반 판매 100만장 시대를 훌쩍 넘어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던 반면, 영화계는 배우와 감독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정부의 영화산업보호정책 촉구와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치며 생존을 위한 막다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7, 8년이 지난 지금, 이젠 가수와 가요작곡가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에서 생존권을 건 시위를 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달은 삶과 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변화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급박히 변해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따라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요계의 불황은 어쩌면 이런 환경의 변화에 제때 잘 적응하지 못해 생긴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세계 IT산업을 이끌어 가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문화계가 앓고 있는 몸살이 더 심한 것 같다.

요즘 가요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MP3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보면서 아직 우리 문화계가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낀다.

MP3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악의 형식은 인터넷 환경 속에서의 효율과 유용성으로 이미 음악소통의 표준이 되었다.

음악소통의 새로운 환경이 구축되어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근시안적 사고로 이것을 규제하고 제한하려는 궁리가 아니라 이런 디지털 환경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장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적극적인 모색을 통해서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새로운 디지털 문화 환경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선도해 갈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지혜를 모을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디지털 환경은 음악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전반에 걸쳐 전혀 새로운 차원의 장을 열어줄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만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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