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해찬(李海瓚) 의원을 새총리후보로 지명한 것은 뜻밖의 카드였다.
이날 오후까지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새 총리후보에 대해 관리형인지 통합형인지 컨셉조차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것이 이날 저녁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이 잡혀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외의 당내인사가 낙점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이 의원을 선택한 것은 6.5 재보선 참패 이후 침체돼 있는 여권전체의 분위기 쇄신과 집권2기의 국정운영방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즉 재보선 이후 김혁규(金爀珪) 카드가 자동폐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민심을 추스릴 수 있는 국민통합형의 안정적인 총리를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으나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국회개원연설을 통해 통합과 상생보다는 개혁을 내세웠던 기조를 바꾸지 않고 '개혁형 총리'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청와대는 총리지명사실을 발표하면서 노 대통령과 이 의원의 깊은 인연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지만 '원칙주의자'로서 깐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을 다소 껄끄러워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인간적인 신뢰보다는 집권2기의 국정운영방향을 감안, 추진력과 개혁성을 선택한 것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 정부시절 교육부장관으로서 교육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개혁조치들을 밀어붙이는 등 강한 추진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노 대통령이 이 의원을 선택한 것은 여권의 권력지도재편을 겨냥한 복합적인 인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무수석과 정치특보가 없는 상황에서 5선의 중진인 이 의원이 총리를 맡음으로써 당.정.청간의 가교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 의원에 대해 "당정관계를 긴밀히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의원의 총리지명은 당내 역학관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구상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즉 원내대표경선에서 낙선한 이 의원을 총리로 기용한 것은 현재의 열린우리당체제의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과 다름아니다는 지적이다.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이미 재보선을 거치면서 한계를 드러낸 신기남(辛基南) 의장체제를 관리형 당의장을 내세워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한명숙(韓明淑) 의원이 총리후보로 유력하게 떠올랐다가 막판 탈락한 것은 사실은 차기 당의장으로 내세우기 위한 차원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또한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 등 잠재적 대권주자군들의 입각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청와대는 3개부처만 개각하겠다는 기존입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차기주자 관리차원에서 추진되던 개각방침도 대폭 개각쪽으로 옮겨 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총리로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을 지명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일단 큰 이견은 없다.
김혁규 전 경남지사 지명설이 나왔을 때와 같은 야당의 극렬한 반대는 없다.
다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국회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능력과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이같이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높아졌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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