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저축률이 감소하는 사회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

특히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에 대비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경제행위를 하는 데 그 대표적인 것이 보험이다.

내일 일어날 수 있는 자동차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보험을 들기도 하고 화재와 인명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화재보험과 생명보험도 마련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것은 항상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를 위험이라고 한다.

살면서 가끔 고민하게 되는 것은 위험에 대한 값이 얼마일까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친구에게 종신보험을 하나 들었다.

이것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이 죽으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인데 누구나 한번은 죽으니까 모든 사람이 보험금을 탈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래 위험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100퍼센트라는 얘기다.

보험금을 탈 수 있는 확률이 100퍼센트라는 것에 매혹되어서 죽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 보험을 들었던 것 같다.

오늘 잘 살고 있더라도 내일 불행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확실한 내일을 위해 오늘 조금씩 저축을 하기 시작한다.

저축은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시간의 통로와 같다.

이것을 경제학자 케인즈는 사람들의 첫 번째 소비심리 법칙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오늘과 내일의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값은 얼마나 될까? 시간이 갖는 위험에 대한 값이 바로 시장이자율이다.

오늘 사과 한 개와 내일 사과 한개는 같지 않다.

오늘 사과를 먹지 않고 친구에게 빌려주면 내일 몇 개의 사과를 받아야 할까? 기회비용을 따지자면 먼저 오늘 확실하게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참고 내일까지 미뤄두어야 하는 고통의 값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 내일 사과를 받지 못할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친구가 떼먹고 갚지 않을 위험을 말할 수 있다.

이것을 모두 고려해서 시간의 값인 이자율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시간의 위험이 적어지고 저축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이자율이 높아지면 위험이 커지고 저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 개인가계 저축률이 1.5퍼센트로 국내 저축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수치로 쉽게 표현하면 매달 200만원을 벌면 3만원을 저축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요즘 개인가계는 내일을 위해 거의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내일의 위험이 없어졌을까? 그것과 정반대로 세상은 더욱 각박해지고 위험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위험이 증가하는데 내일의 통로인 저축이 줄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는 사람들이 내일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먹고 살기가 바빠서 내일을 준비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최근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저축률 감소의 원인으로 자본이익의 증가를 들고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보유자산의 가격이 오르면서 갑자기 부자가 되는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저축보다는 오늘 더 많이 소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과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저축하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도 되는 사람들이 과연 개인가계의 몇 퍼센트나 차지할까. 두 번째 원인으로 요사이는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그렇게 저축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연금과 의료보험과 같은 다른 보장성 수단이 많이 발달해서 옛날보다 저축의 필요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다른 보장수단이 많아서 저축이 감소한 것일까. 실제 가계부분 저축률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가계부채의 증가와 실업 등을 들 수 있다.

그 만큼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내일을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사치인지도 모른다.

내일의 위험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위험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내일을 위한 저축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숫자상의 문제를 떠나 우리경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소득이 없어서 저축을 할 수 없는 가계에서 이자니 위험이니 하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일하지 못하면 소득이 없고 내일을 위한 저축이 없을 수밖에 없다.

저축이 없으면 투자가 일어날 수도 없다.

기업의 투자에 사용되는 자금은 가계부분의 저축이 예금을 통해 기업으로 대출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생산과 고용이 발생하지도 않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 진행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상태가 위기인가 아닌가 하는 사치스러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총재라는 분은 우리나라의 경제가 항상 위기상황이었고 그래서 오히려 동태적이고 성장해가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한 정부의 역설이 한 경제학자의 눈에 그렇게 답답하고 사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희소(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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