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장 기증 수술 마친 김진훈씨

"새 삶을 사는 의미로 제 신장(콩팥) 하나를 떼내어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었습니다".

지난 3일 경북대학병원에서 신장 기증 수술을 마친 김진훈(金鎭勳.43.경북 경산시 자인면)씨.

아무런 대가없이 순수 신장기증자로 나선 김씨는 남다른 인생 역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그 사정을 아는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뇌사 판정시 장기 기증과 함께 사후 시신 기증까지 약속한 김씨가 장기 기증자로 나선 것은 그만의 아픔 때문이다.

15년전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그는 지난 2001년 10월에는 청도 각북에서 자신도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후 남을 위한 장기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는 김씨.

그러나 몇년전 숨진 남동생이 남긴 빚 2억8천만원을 떠안아 신용불량자가 된 그는 삶에 지쳐 한동안'자신만의 약속'을 잊고 살아왔다.

김씨가 신장이식수술을 다시 결심하게 된 데는 우연히 보던 TV드라마 때문. 그는 "모 인기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장기기증을 하는 것을 보고 난 뒤 병원을 찾아 장기기증의 적합성 여부를 검사했다"고 말했다.

"항상 양심의 죄를 짓고 산다"는 그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면 다른 장기도 기증하고 싶다"며 "앞으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는 김씨는 "집도 팔고 열심히 일해서 이제는 빚이 4천여만원밖에 남지 않았다"며 "동생이 남기고간 빚은 어떻게든 다 갚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술에 대해 부인과 군복무중인 아들 흥수(22)씨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께마저 '체육관 공사때문에 한 보름간 제주도에 출장다녀오겠다'며 병원 수술실로 향했던 것.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김씨 같은 장기 기증자는 아직 흔치 않다.

경북대병원에는 순수 기증자가 한 해에 2명 정도며, 다른 병원에서도 지난 2000년 2월 국립장기이식센터가 생긴 이후로 1, 2명씩 순수기증자가 생겨나고 있는 정도.

경북대학병원 정민호 홍보담당은 "지정기증자나 사후기증자는 많지만 이런 사연을 가진 순수기증자는 찾기 어렵다"며 "김씨와 같은 사람으로 인해 우리사회에도 순수기증자가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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