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원파업 초읽기' 교섭난항 왜>

대구.경북의 보건의료 노조원들이 9일 속속 상경하면서 병원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 처음으로 산별교섭에 나선 보건의료 노사는 주5일 근무제 등 산별 5대 요구안을 놓고 지난 3월 17일부터 이달 8일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교섭을 가졌지만 실질적인 협상은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보건의료노조는 5월 19일의 9차 교섭이 결렬되자 2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냈고, 지난 3일에는 조합원 77%의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10일 오전 7시 이전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

보건의료 노사의 교섭이 난항을 겪는 것은 보건의료 사상 처음으로 산별교섭으로 진행되고 있어 노사 모두 익숙지 않은 데다, 쟁점이 예년의 임금인상 요구 등 기업별 임.단투 차원을 넘어 주 5일 근무제와 의료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철폐 등 제도적이며 사회적인 의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기 때문.

실제로 지난 3월 첫 교섭 이후 석달이나 지난 이달 5일에서야 처음으로 국립대 병원들이 교섭에 임했고 지난 7일에 열린 제13차 교섭도 사립대 병원의 교섭위원 자격 논란으로 설전을 벌이다 결국 무산됐다.

또 단위사업장별 교섭이 아니라 국립대 및 사립대 등 의료기관의 대표단이 교섭위원단을 구성, 노조 측 교섭위원들과 교섭을 벌이다 보니 대표성 문제와 대표단 구성, 조율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특히 핵심 쟁점인 주5일제 시행과 관련, 병원 규모와 운영 형태에 따라 여건 및 입장 차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자 측의 통일된 의견을 내놓기가 어려운 것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병원 측의 주 40시간 근무제와 노조측의 온전한 주 5일 근무제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노사의 교섭을 어렵게 했다.

주 6일 40시간 근무제는 편법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 또 의료체계 개선 등 제도적인 요구도 병원 사용자측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인 문제인 만큼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김경희 교육선전부장은 "공공의료기관 확대,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부담 축소, 건강보험 적용대상 확대 등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제도와 사회개혁 문제가 현안이 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8일의 14차 교섭에서 사측 대표단 구성문제가 일단락돼 본격적인 요구안 심의를 시작하고, 9일 오전부터 마라톤 협상까지 계획하고 있어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또 이날 오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가 예정돼 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의 공공성 강화 △온전한 주 5일 근무제 시행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 10.7% 인상 △산별 기본협약 체결 등 5대 기본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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