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대구 위해 무엇인들 못하랴

'갑갑한 대구, 어떻게 하면 좋나요?'.

요즘 대구시청 공무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지는'(日暮途遠) 심정이랄까. 해결해야 할 현안들은 쌓이지만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지하상가 개발문제를 둘러싼 시와 상인간 수년째 걸친 갈등문제를 비롯, 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묘역 조성사업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입지갈등, 대구지하철 적자재정, 기업유치 난항 등등.

때문에 시청앞에서는 수시로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집단항의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경찰병력이 청사 1층을 점령(?)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시청 공무원들은 이를 '위문공연'이라며 자조할 뿐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 탓에 시장실로 통하는 2층계단의 철문은 늘 굳게 잠겨 있다.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불청객의 갑작스런 공격(?)을 예방하기 위한 고육지책에서다.

따라서 결재를 위해 공무원들은 건물 뒤쪽 또 다른 계단철문을 이용하거나 1층으로 내려와 중앙계단을 통해 시장실과 부시장실 및 자문대사실을 찾는 번거러움을 겪고 있다.

이렇다보니 시 공무원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로 시작된 대구 공직사회의 침체 분위기는 그해 8월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기간중 잠깐 신바람났을 때를 제외하곤 아직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험 현안들에 대한 대구시의 문제해결 능력이 한계를 보이면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사회 및 국내 지방자치단체간의 무한경쟁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경쟁의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모두 앞을 보고 나아가는데 과거문제에 발목이 잡혀 시가 뒷걸음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솔직히 대구가 싫다.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고 시민들도 너무 자기 이익에만 매달려 시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의식이 점차 희박해지는 듯하다.

6대 도시에서 대구의 지위는 3위는 옛날 이야기고 앞으로는 더 떨어질 것 같다"는 한 간부의 한탄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조해녕 대구시장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 조 시장은 한 때 정치적인 결단을 모색,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시도하기도 했으나 실천에는 옮기지 못했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위상이 추락하는 대구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무슨 일을 이루지 못하랴'로 해석되나 부정적으로 풀이할 경우 '정신을 한 곳에 모아도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3류 도시 대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대구를 위해 무엇인들 못하랴. 문제를 풀려는 긍정적 차원에서 '대구기질'을 발휘할 때다.

정인열 부장대우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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