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멍 뚫린 이라크 교민보호대책

이라크 미군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 반미 무장단체의 인질로 붙잡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알 자르카위 소속이라고 밝힌 납치범들은 "한국이 24시간 이내에 이라크 철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김씨의 머리를 한국에 보낼 것"이라 협박하고 있다.

미국인 3명이 참수 살해된 뒤끝이어서 납치범들의 위협이 위협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더구나 추가파병과 대미, 대아랍 외교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인질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오무전기 소속 직원 2명이 티크리트 고속도로에서 피격 사망했고, 지난 4월 8일에는 한국인 목사 7명이 피랍 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같은 날 일본인 3명을 납치한 다른 납치범들은 "일본이 11일까지 이라크 주둔 자위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이들을 태워 죽이겠다"고 협박했었다.

이런 치안불안에 따라 정부는 긴급 교민보호대책을 마련했으나 그것이 공염불로 확인된 셈이다.

교민 60여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 기막힌 것은 가나무역 사장이 지난 17일 피랍사실을 알았으나 이를 공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해결을 모색했다는 소식이다.

영업을 위해 직원 신변안전을 뒷전으로 하고 이를 감추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무모한 사업태도가 한 사람의 생명은 물론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정부는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강제성 있는 교민보호대책을 새로 만들고, 교민들은 이에 철저히 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김씨의 생환을 위해 다각적인 국제협조와 납치범들과의 협상을 모색중이라고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생환노력을 계속해줄 것을 당부하고싶다.

그러나 납치범들의 요구에 굴복해 한국군의 철수나 추가파병 일정의 변경을 가져와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한국을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일 뿐 아니라 민간인들에 대한 반인도적 납치범죄를 정당화시켜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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