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명 아픔 딛고 볼링 금메달" 가정주부 박희숙(36)씨

어느 날 갑자기 저 하늘의 찬란한 태양을 볼 수 없다면 누구든 절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명의 아픔을 딛고 장애인 뿐만 아니라 정상인에게도 '인간승리'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박희숙(朴喜淑.36.대구시 수성구 황금동)씨가 그 주인공. 박씨는 지난달 중순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제2회 세계시각장애인 볼링대회 전맹부에 출전해 금4, 은1개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첫 출전한 한국이 종합우승(금6, 은5)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1남1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인 박씨에게 실명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아픔이 찾아온 것은 3년 전. 불행은 하루아침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진행성 실명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역경을 이겨내고 사회복지가로 사람들을 보살핀 헬렌 켈러 여사에 비하면 자신은 그래도 행복하다고 여겼다.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박씨는 실명의 아픔을 승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점자를 배운 지 보름만에 '점자의 날 대회'에서 1등을 했고, 전국안마사협회부설 수련원과정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박씨가 볼링과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의 나인핀 볼링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 박씨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볼링을 한다는 말을 듣고 한편으론 궁금하고 신기해 당장 시작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 레일을 설치하면 일반인들이 다른 라인으로 옮겨가 계면쩍은 적도 있었고 가트에 공을 빠뜨리기도 일쑤였다.

그러나 타고난 집중력과 손재주를 가진 박씨는 이를 거뜬히 이겨냈다.

현재 에버리지는 130점 정도. 정상인으로 치면 190점에 해당하는 실력이다.

지금은 볼링 핀 쓰러지는 소리만 들어도 몇 핀이 남아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

시력을 잃은 뒤 박씨는 볼링 예찬론자가 되었다.

"볼링은 혼자 할 수 있고 위험하지 않은 운동이어서 좋아요. 볼 수 없으니 핀이 쓰러질 때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도 확 풀려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이지 정상인과 다를게 없어요. 자연스럽게 서로 이해하며 어울려 살아가면 되지 않겠어요"라는 말로 되받았다.

"태양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고, 볼 수 없는 사람이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 속에 빛을 가지는 일입니다". 그는 찬란한 기쁨의 그날을 향해 쉼없이 달려가고 있다.

전수영기자 poi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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