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이후 매년 이맘 때
면 재수생 학원이 북적인다.반수생(半修生)행렬 때문이
다.다시 한 번 공부를 해 보겠다는 재수(再修)가 아니라 학
교 생활을 반쯤 하다가 나머지 반을 공부해 보겠다는 대학생들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종전 학력고사에 비해
수능시험이 상대적으로 쉬워져 몇 달만 공부하면 성공할
것 같다는 게 가장 큰 이유.고3생들의 지속적인 학력 하락
과 되풀이되는 재수생 강세도 이를 부채질한다.게다가 수
능시험은 지적인 유연성과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
가 많기 때문에 이른바 세상살이 경력 이 보태주는 점수도 쏠쏠하다.
최근에는 대학을 2,3년씩 다녔거나,대학을 휴학하고
군대에 다녀온 복학 준비생들이 반수 행렬에 동참하는 경우가 부쩍 눈에 띈다.졸업을 앞두고 보니 워낙 막막해 취
업 휴학과 재수를 하느니 더 나은 대학에 입학하는 게 훨씬 유리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다.지역 대학 3학년생이라는 한 여학생은 어려운 취업에 매달리기보다는 수도권 대학에 진
학하는게더나을것같아수능재
도전을 결심했다고 했다.군에서
막 제대했다는 서울의 한 유명 대학 휴학생은 남들은 좋은 대학 다닌다고 하지만 지금이라
도 의대에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며 이번에 안 되면 복학하지 않고 내년에도 해 볼 계획 이라고 했다.취업 문이 바늘구멍보다 작아진 시대에 이들의 선택은
현명한 것일지 모른다.아직도 대학 간판이 우선인 현실에
서 그 벽을 뛰어넘으려면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더빠른 방법이다.반수의 성공 가능성이 10,20%라고 하지
만 취업할 가능성보다는 훨씬 크다.
가정에서도 워낙 취업난,취업난 하다 보니 그동안 넣
은 등록금이 얼만데 …하는 식의 반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
다.실패한다고 해도 재수에 대한
미련은 떨칠 수 있으니 손해는 아
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나게 비경제적이다.시간과 돈,인적 자원 활용 등 현
실 비용과 기회 비용 모두 이만저만 손실이 아니다.문제는
패자 부활전 이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사회적 낭비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대학 입학이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는 거의 외길이다.대학과 학과 간판
은 취업뿐만 아니라 취업 후 사
회생활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희비를 갈라놓는다.대학 진학 때 한 번 실패하면
4년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
받기 힘든 사회,삶의 시간표가
몇 년을 제자리걸음 해도 대학간판을 바꾸는 게 현명한 사회,개인의 셈과 사회의 셈이
엇갈리는 사회다.이 엉터리 같은 구조 속에서 반수를 선택
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라곤 열심히 한마디뿐일수
밖에 없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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