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경대기자의 점토 벽돌 제조 체험

최근 새집에 입주한 뒤 이유없이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고 비염.아토피성피부염.두드러기.천식.심한 두통.기관지염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는 '새집증후군'이나 '화학물질과민증(MSC.Multiple Chemical Sensitivity)'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사 후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면 마감재와 건축자재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는 실내 화학물질의 농도에 대한 기준이 없고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나 보건당국.의료계.업계 할 것 없이 먼산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다는 점이다.

친환경 건축자재 생산 기업인 삼한C1이 시멘트 접합제 대신 천연석회 접합제인 NHL(수경성 석회.natural hydraulic lime)을 수입해 100% 친환경 제품 생산과 시공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지 공장을 방문했다.

예천군 풍양면 낙상리에 도착하면 맨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높이 50m크기의 굴뚝에 적힌 삼한C1이라는 회사로고다.

정문 앞도로 옆에는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야적해 놓은 황토 산과 회사 주위를 둘러싼 조경시설 사이로 20여종의 형형색색의 점토벽돌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오전 8시. 정문앞을 청소하는 직원들과 아침 운동을 준비하는 직원들로 분주하다.

아침부터 낯선 얼굴이 나타나자 의아하게 쳐다보는 눈길들이 따갑다.

관리사무실에 도착하자 정문에서 황토를 쓸어내리며 안내를 해주던 분이 작업복과 작업화를 건네준다.

관리부장이다.

예사로운 회사같지않다.

관리부장이 아침부터 정문에서 땀을 흘리며 청소를 한다니...

공장장이 컴퓨터 통제시스템으로 전자동화되어 있는 1.2공장 내부로 안내한다.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는 새집 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은 병원 항생제도 페니실린도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몸에는 황토가 제일입니다.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원적외선이 10마이크론인데 황토는 6~14마이크론의 파장을 갖고 있어 인체에 가장 유익한 광선입니다".

공장장 정현규(50)씨는 "자체 기술연구소와 한일시멘트가 검증을 거쳐 수입하고 있는 NHL이 황토건축의 신기원을 마련하게 됐다"며 자랑을 늘어 놓았다.

공장 내.외부는 흙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기업 답지않게 너무나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다.

괜히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삼함C1은 부지3만5천평, 건평9천평 규모에 전자동 생산라인을 갖춘 제1, 제2공장에 작업인부(관리직 포함) 54명이 연간 점토벽돌 9천만장, 점토보도블럭 4천만장을 생산해내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180억원.

생산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체험장을 잘못 선택했구나 싶다.

체험할 곳이 보이지않는다.

원토장을 출발한 황토는 숙성실에서 시간을 보낸 뒤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운반되고 깔끔한 포장까지 사람 손이 가는 곳은 한군데도 없는 것 같다.

정 공장장은 왜 할 일이 없겠느냐는 표정이다.

"특수 주문된 점토벽돌 수작업과 1공장의 포장 라인, 원토장 잡초 뽑기 등 할 일이 태산입니다".

공장장을 따라 올라간 곳은 향후 10년간 삼한C1이 점토벽돌을 생산할 정도의 황토가 야적된 2만여평의 원토장. 곳곳에 큰 웅덩이를 만들어 놓아 자칫하면 실족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공간이다.

"원토가 빗물에 흘러내려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10m마다 웅덩이를 만들었다"며 "빗물을 침전시켜 황토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라고 소개했다.

공장장은 땡볕에서 풀뽑기가 애처로워 보였는지 힘들어도 작업인부들이 많은 점토벽돌 포장라인으로 가보란다.

포장라인에선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포장기술자 20여명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에 여념이 없다.

어디서 뭘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자 포장라인 책임자 김을숙(46)씨가 "여기서 나오는 점토벽돌을 이쪽으로 차곡차곡 쌓으세요. 손조심하고…"라고 일러준다.

힘이라면 자신있다는 생각에 대뜸 뛰어들었지만 생각보다 쉽지않다.

같은 조에 일하는 김씨와 손발이 맞지 않아 수십번 기계를 세우는 소동을 빚었다.

사이로를 거쳐 포장라인에 도착한 벽돌이 자동밴딩기를 거쳐 잠시도 쉴틈없이 밀려 나온다.

실수연발이다.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점토벽돌이 부딪혀 기계를 세워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10년간 포장라인에 근무했다는 윤진옥(48)씨는 "손발이 맞아야 해먹지"라며 은근히 핀잔을 준다.

일을 마칠때 쯤 갑자기 공장장이 다가와 좋은 곳이 있으니 구경을 시켜 준단다.

화끈 거리는 사이로(벽돌 굽는곳.가마)를 지나 점토벽돌 건조장으로 안내한다.

건조장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제품 확인구 앞에 2평 남짓한 황토방이 만들어져 있다.

의외다.

시중 사우나나 찜질방에서나 볼 수 있던 황토방을 여기서 보게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예천.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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