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대구 전체 인구의 60%선인 150만명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새로 신축중이거나 분양을 계획하는 아파트단지가 적지않은데다 단독 주택 등을 헐고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려는 곳도 많아 아파트 인구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
이에 따라 아파트 생활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불우이웃돕기 등 각종 사회활동을 활발히 벌여나가는 아파트들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끌고 있는 아파트입주자 대표회의 연합회는 입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것.
특히 아파트연합회는 최근의 대구 시내버스 파업때 아파트 단지별로 승용차 함께타기, 각 방향별 셔틀버스제 도입 등의 자치운동을 벌였고, '시민을 볼모로 하는 대중교통 업계의 반성을 촉구한다'며 촛불집회를 준비하기도 해 대구 공동체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어떻게 구성됐으며 어떤 활동을 하나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생겨난 것은 40년전쯤이다.
또 이때부터 입주자 전체 모임은 아니더라도 각 단지별로 주민자치 성격을 띠는 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부터 주택건설 호황 등으로 대구지역에도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면서 공동체 생활에 따른 주민간의 각종 갈등과 이것 저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는 제대로 없었다.
아파트연합회는 이같은 문제를 풀고 아파트의 주민자치 문화를 제대로 한번 세워보자며 지난 2002년 3월 2일 결성됐다.
현재 대구의 전체 아파트단지 1천70여개 가운데 356개 단지가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입주자가 1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연합회측은 보고있다.
연합회가 창립후 제일 먼저 벌인 활동은 아파트 전기요금 문제. 연합회는 2002년 아파트 전기요금과 관련, 입주민 권리찾기 대책위를 구성해 그동안 아파트 입주민들이 과다하다고 느껴온 전기요금의 시정을 요구했다.
연합회 측은 성과 여부를 차치하고 그간 수동적인 자세에만 머물던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를 계기로 '해야할 말은 하고 살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갖게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 역시 2002년에 음식물 쓰레기 수거비용이 1천원에서 1천300원으로 30% 인상되자 연합회에 회원으로 가입된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수거비용 납부 거부운동을 벌였으며, 이에 따라 최근 동구지역의 수거비용이 1천200원으로 인하되고 수성구도 7월중으로 역시 인하할 수 있게 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둔 것으로 보고있다.
아파트연합회가 특히 시민들에게 깊은 인식을 심어준 것은 무엇보다도 최근의 시내버스 파업 철회 촉구 활동이 첫손에 꼽힌다.
시내버스 노사가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주며 오랫동안 극한 대립양상을 지속하는데 대해 아파트연합회측이 파업철회 촉구 성명을 내고 촛불집회 등 시민궐기대회를 공표하면서 '언제까지 희생양일 수는 없다'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많이 얻었다는 것.
대구시 아파트연합회 신기락(48) 사무처장은 "기존 시민단체가 성명서 등만 발표한 채 정작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됐다"며 "이에 따라 대구시민 중 상당수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정한 시민운동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자 시민궐기대회를 계획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파트연합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버스파업과 같은 사회적 논쟁거리보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함께, 그리고 정겹게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파트연합회는 각 아파트 단지내 자치부녀회를 주축으로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 재활용품 처리, 홀몸노인 위로행사 등 이웃간 정을 나눌 수 있는 일들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아파트입주자 대표들의 정기적인 관리.운영 교육을 통해 각종 법령과 규약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라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등도 연구하고 있다.
대구 동구 신천가람아파트 부녀회장 활동을 하다 아파트연합회가 창립되면서 간사를 맡고 있다는 배영숙(40)씨는 "주부로서만 있을 때에는 아파트 관리비가 나와도 그냥 무심코 넘어가고 어떻게 부과되며, 혹 잘못된 것은 없나하는 등의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아파트에 살면서 생길 수 있는 많은 법적.행정적 분쟁들에 대해 다소 지식이 생겼으며, 연합회의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앞으로의 할 일은
아파트 연합회는 아직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증가하는 아파트 수요에 발맞춰 좀 더 많은 회원을 확보, 대구 아파트 입주민들의 명실상부한 대변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있다.
이재윤(54) 아파트연합회 회장은 "2년전 대구에서 처음 출범한 아파트연합회를 주축으로 전국 각 지역 연합회들이 한데 뭉쳐 지난해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이하 전아련)를 출범시킨 바 있다"며 "전국 단위의 단체 중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파트연합회가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또 이때문에 대구 중구 서문로 2가동에 있는 대구아파트연합회 사무실에 전국 아파트연합회를 총괄하는 전아련이 함께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연합회는 최근들어서는 '영호남 교류 아파트 한마음축제'를 대구에서 2차례 개최하는 등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22일 자매결연을 맺은 전남지역 20개 시.군.구의 공무원과 주민들을 대구 아파트연합회의 회원 아파트단지에 초청, 농산물직거래 및 시골장터 등의 행사를 여는등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교류의 폭을 넓히고 영호남간 친선을 도모한다는 취지이다.
한편, 아파트연합회는 지난달 하순쯤 전국 단위의 홈페이지(http://www.jay.or.kr)를 만들어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섰다.
아파트와 관련된 각종 현안과 궁금증 등을 아파트연합회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함께 고민하고 좋은 의견은 연합회 운영에 반영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전아련 최병선(41) 사무차장은 "조만간 각 아파트 입주민 등을 대상으로 1천여명의 주민리포터를 참여시켜 다양한 소식이 쏟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사진: 아파트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힘쓰는 아파트연합회 실무자들. 왼쪽부터 대구시아파트연합회 신기락 사무처장, 전국아파트연합회 최병선 사무차장, 전국아파트연합회 이재윤회장, 대구시아파트연합회 배영숙 간사, 전국아파트연합회 김현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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