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몰라라 신공법' 대구에 만연?

미샤 마이스키와 백혜선의 듀오 공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해 볼까요?

사실, 그렇게 감동적이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던 이 공연에 대해 제가 처음부터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첫 연주에서는 연주자가 집중을 못 해서인지 감상자인 내가 집중을 못해서인지 연주에 빨려들 수가 없었던거죠. 나름대로 저는 '연주자들이 처음에는 연주를 제대로 못했어' 라고 하지만, 아마 후자가 더 큰 이유였을 겁니다.

그 때에는 제가 앉은 옆쪽에서 촬영을 나온 한 케이블 방송국 카메라 기자가 낀 헤드폰에서는 뭔가 지시사항이 계속 떨어지는 듯 카메라맨에게만 들려야 할 소리가 꽤나 신경을 거슬리게 하였거든요. 그 소리가 음악 감상을 엄청나게 방해하였지요. (방송 촬영 이전에 공연장을 찾은 감상자를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방송하는 사람들의 매너이지 않을까요?)

결국, 인터미션 때에 한 아주머니의 요청으로 헤드폰의 볼륨소리가 줄었고, 에어콘 소리도 잦아들어 2부부터는 공연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다른 옆쪽으로 앉았던 학생들이 디카폰을 들고 시시때때로 사진을 찍어대는 것 아니겠어요? 아무리 시각적인 것에 호소를 하지 않는 주로 '듣는' 공연이라지만 기본적인 공연장 예절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부끄럽다 못해 화가 나더군요. 속으로는 이래서 비싼 돈 주고 좋은 좌석에 앉아 보는 거라는, 못된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그래도 마음을 다스리면서 제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넌 너대로 공연에 집중을 하면되지, 왜 남들 핑계는 대고 그래? 집중해, 집중!!' 그렇게 나 스스로를 추슬러가며 2부 공연을 아주 아주 성공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흡기신공법'이, 남들이 감상을 하든 말든 나 하고 싶은대로 한다는 '나몰라라방해신공법'을 이겨내는 통쾌한 순간이기도 했지요.

연극 '꿈먹고 물마시고' 중에서

'나몰라라신공법'은 음악공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극을 보러 갔을 때에도, 핸드폰을 켜두어 벨이 울리는 것은 물론이며, 심한 경우 '지금 공연보고 있다'며 통화를 하는 경우를 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남의 벨이 울리고도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아 또 다시 벨이 울리도록 하는 경우까지 현장 공연 감상을 방해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너무 심하다 싶어지고 원망은 벨을 울리게 내버려두는 관객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운영하는 시스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핸드폰을 받고 끊을 줄만 아는 기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어르신들 혹은 정말 깜빡 잊고 끄지 못한 사람들, 그들은 고의적인 방해자들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예회관 대공연장 전경

공연장 운영요원들을 쓰기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도 됩니다만 이것은 그저 핑계에 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 민간 기획사들에서도 운영 자원봉사단을 모집하여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좋은 예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구의 큰 공연장들, 예를 들면 시민회관이나 문화예술회관 같은 곳에서는 1년, 혹은 6개월씩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문화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시는 분들께 '핸드폰 끄셨습니까?'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공연을 감상하는 모두를 위해서 말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봉사자들대로 공연을 볼 수 있으면서 공연의 감상의 분위기를 제대로 만들 수 있으니 이런 것을 보고 일석이조라고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2004 인권영화제 중에서

그리고 이런 제도들이 정착이 되기까지 관객 스스로가 공연장의 분위기를 만들어 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저의 소견입니다만, 공연 중 옆에서 떠들고, 전화를 울리는 사람들에게 공연이 끝난 후, '다음에는 공연장에서 조용히 감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혹은 '다음에는 공연장에 오실 때는 핸드폰이 꺼졌는지 확인 합시다.' 하며 아량 있는 웃음을 지어보여 준다면 조금씩 더 나아지는 문화도시 대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연극제에서 유인물을 관객들 한 사람 한 사람에 나누어 주어 유난히 눈에 띄었던 상주여고 연극반 학생들의 "아름다운 관객되기 운동"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공연장에서 '나몰라라신공법'의 위력이 없어지는 그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름다운 관객되기"

1. 공연장에서 핸드폰은 반드시 끕시다.

2. 공연 시장 10분 전에 입장합시다.

3. 공연 중에 옆 사람과 이야기하지 맙시다.

4. 공연 중에 음식물을 먹지 맙시다.

5. 공연 중에 핸드폰 액정을 열지 맙시다.

6. 공연 중에 사진 찍지 맙시다.

7. 8세 미만 어린이를 데리고 들어가지 맙시다.

8. 선물이나 꽃은 입구에 맡기고 들어갑시다.

- 상주여자고등하교 아름다운 관객되기 운동본부

아름다운 관객이 되고 싶은 아이들 드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