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주부의식 여론조사

본사-유니온리서치 공동조사

매일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대구·경북지역 주부들의 생활 및 사회의식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보수적·폐쇄적인 지역 사회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 주부들이 자리잡고 있다.

가정의 중심으로 경제권을 쥐고 자녀 교육을 책임지고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주부들의 의식과 생활을 조사해 지역 사회의 변화상을 투영해 보았다.

이 조사는 대구·경북 30∼50대 기혼여성 45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26일 4일간의 면접조사로 이뤄졌다.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4.6%다.

◇자기 표현에 당당

자신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요즘 주부들은 자신을 당당히 표현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을 과감한 옷차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주부의 88.6%가 몸매를 드러내는 유행 패션이 좋아보인다고 답했다.

전체의 38.2%는 '당당한 자기 표현이며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30대(49.5%)에서 가장 많았으나 적잖은 50대(35.7%) 주부들도 과감한 패션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절반인 50.4%는 '자신감이 있어 보여 좋지만 따라할 용기가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30, 40대에 비해 50대 주부의 경우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29.8%)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요즘 주부들은 할 말은 하고 사는 것 같다.

부녀회·반상회 등 모임에서 의견을 나눌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질문에 '꼭 해야 할 말은 하지만 내 주장을 고집하지는 않는다'(54.9%), '남의 의견에 신경쓰지 않고 나의 의견을 주장한다'(6.2%)고 응답해 어떤 자리이건 자기 할 말은 한다는 주부가 61.1%에 이른다.

'나의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에 따른다'는 응답은 37.6%였다.

가정에서도 남편 또는 시부모와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주부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편이다.

전체 응답자의 16.9%가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되면 주저없이 말하고 밀고 나간다'고 했다.

52.0%는 '내 의사를 표현은 하지만 남편 또는 시부모 의견에 따른다'고 답해 가정에서 갈등의 여지를 없애려는 주부들의 마음을 엿보게 된다.

24.2%는 '남편 또는 시부모 의견에 일단 따르고 일을 진행하면서 내 의도대로 결과를 만들어 간다'는 실리 추구형.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처음부터 남편 또는 시부모 의견에 따른다'는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가정경제 주부가 쥐고 산다

가정경제의 주도권은 주부 본인에게 있다는 응답이 52.9%로 과반수를 넘었다.

반대로 남편에게 있다는 응답은 30.7%였으며 부부가 각자 관리하고 있는 경우는 12.7%로 나타났다.

30대(28.0%), 40대(30.0%), 50대(37.2%) 등 나이가 많은 주부일수록 남편에게 경제권을 내주는 경향이 다소 많았다.

부부가 각자 관리하고 있다는 응답은 30대(15.6%)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남편이 모르는 비자금이 있다는 주부가 25.6%로 집계돼 주부 4명 중 1명이 비자금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자금 액수는 평균 613만6천원. 101만∼500만원 이하가 12.2%로 가장 많으며 100만원 이하가 6.4%로 그 다음 순이다.

501만원 이상의 비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주부도 7.0%였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평균 약 523만원, 40대는 약 546만원 정도였으며 50대는 약 1천만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부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가는 곳으로 대형할인점을 42.0%가 꼽았다.

동네가게에 가장 먼저 간다는 응답은 22.7%, 재래시장에 가장 먼저 간다는 응답은 17.8%에 불과했다.

가계비나 교육비 외에 순수하게 주부 자신을 위해 쓰는 용돈은 월 평균 21만5천700원으로 조사됐다.

◇재테크를 위해 뛴다

가정의 돈을 불리는 재테크에서도 주부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가정에서의 재테크를 '남편이 주도하고 주부가 거든다'는 경우가 35.1%로 가장 많고, '주부 자신이 주도적으로 한다'는 경우도 29.6%로 그 다음 순이어서 주부의 역할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전적으로 남편이 한다는 경우는 9.1%이다.

주요 재테크 방법은 은행저축(61.3%)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보험(10.9%), 부동산(7.1%), 주식(6.2%) 등의 순이었다.

남편 몰래 재테크를 한다는 주부가 55.1%로 절반을 넘었다.

은행저축(29.3%), 보험(12.2%), 계(4.2%), 주식(4.0%), 부동산(2.2%)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남편 몰래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든 주부일수록 남편이 모르는 재테크가 많은 경향을 보인다.

재테크 정보는 주로 신문에서 얻는다는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방송(20.2%), 인터넷(9.3%), 이웃(9.1%), 전문가 조언(5.1%) 등의 순이었다.

◇슈퍼 아줌마 전성시대

요즘 사회는 맞벌이가 일반화되고 있어 가사, 육아, 직장 일을 모두 잘 해내는 '만능 주부'에 대한 요구가 높다.

조사 대상 주부의 42.4%가 전업주부인 반면 57.6%가 자영업·서비스직·전문직·판매영업직·사무직·공무원·기업 경영 등 다양한 일을 가지고 있었다.

집안 일, 직장생활 등에 대해 주부 스스로 내리는 평가는 어떠할까. 집안 일을 잘 하고 있거나(35.0%) 보통(53.1%)이라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직장 일에 대해서도 44.0%가 잘 한다, 50.6%가 보통이라고 했다.

집안 일을 잘 한다고 응답한 주부들이 직장 일도 잘 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 집안 일을 잘 하는 주부가 직장 일도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부들이 직업을 갖는 이유는 '자기 발전을 위해서'(44.0%)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생활비를 위해'(27.8%), '저축을 위해'(10.9%), '양육비를 위해'(8.9%), '용돈을 위해'(2.7%) 순이었다.

하지만 직업을 갖는데 '집안 일·육아 부담'(63.1%), '자신의 능력·자질 부족'(16.7%), '남편·가족의 반대'(8.4%), '법적·제도적 제한'(2.0%) 등이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조건 희생은 거부한다

주부가 집안 일을 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집안 일의 분담에 대해 '주부가 주로 하되 남편이 약간 도와주면 된다'(49.3%), '남녀 구분없이 누구든지 여건이 되는대로 해야 한다'(31.8%), '주부와 남편이 평등하게 분담해야 한다'(14.0%)는 의견을 보였다.

'주부가 전담해야 한다'는 의견은 4.9%에 불과했다.

실제로 집안 일에 대한 남편의 분담 정도를 물은 결과 '남편이 약간씩 도운다'(59.8%)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남편은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23.6%)는 응답도 두 번째로 많았다.

11.8%는 '나와 남편이 분담해서 하는 편'이라고 했고 3.8%는 '남편이 나보다 더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남편이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50대(29.8%)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남편이 집안 일을 더 많이 한다는 응답은 30대(4.8%)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대조적이었다.

시부모를 모시는 것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모시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10.4%였고 형편상 어쩔 수 없다면 모시고 살 수도 있다는 응답이 51.8%로 나타나 가능한 시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주부가 62.2%에 이른다.

나이가 젊은 주부일수록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남편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해서는 절대적이다(10.7%), 어느 정도 인정된다(51.6%)고 응답해 가정에서 가부장적 권위가 온존하고 있다는 응답이 6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부와 남편의 권위가 동등하다(31.6%)는 의견이 두 번째로 많았고, 주부의 권위가 남편보다 우위에 있다(3.3%), 주부의 권위가 남편보다 절대적이다(1.1%)는 의견도 있었다.

◇자녀에게는 헌신한다

가정에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거부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주부들도 자녀에게는 헌신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체 응답자의 41.3%가 자녀와 자녀 교육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자녀와 자녀 교육에 대해 환경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한다는 '헌신형'(36.9%)이 가장 많았고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방향만 일러준다는 '관심형'(34.4%)이 34.4%로 다음 순이다.

상황에 따라 수시로 도와준다는 '조력형'은 19.8%, 자녀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희생형'은 4.4%, 반대로 제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방임형'은 3.1%였다.

자녀 교육 행태는 '인근 학원에 보낸다'(66.9%), '집으로 배달되는 학습지를 보게 한다'(33.6%), '본인이 직접 공부해서 가르친다'(22.7%), '유명 학원을 찾아서 보낸다'(7.6%), '다른 학부모들과 공동으로 분담하여 가르친다'(2.9%), '고액 유명 강사에게 개인지도를 받게 한다'(2.7%) 순이었다.

여러 가지 교육방식의 혼용 행태 중 인근 학원과 가정학습지를 병행하는 경우(14.9%)가 가장 많고 여기에 본인이 직접 가르치는 교육방식을 취하는 경우(6.0%)가 비교적 많은 사례에 포함된다.

주부들은 자녀가 장래에 공무원(18.4%), 교수 또는 교사(18.2%)가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전문직 종사자(12.4%), 의사·한의사(12.2%), 개인사업(3.1%), 법조인(2.9%), 연예인(2.0%)이 되기를 바랐다.

10.7%는 자녀가 스스로 원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외모'건강도 중요

자신의 외모 때문에 고민하느냐는 질문에 '가끔씩 고민하는 편'(59.8%), '자주 고민하는 편'(10.4%), '늘 고민스럽다'(6.2%)고 답해 76.4%가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3.1%가 '아낌없이 투자한다', 47.3%가 '약간 투자한다'고 해 과반수 이상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의식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50대 주부 10명 중 1명은 외모에 전혀 투자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성형수술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40%였다.

가장 많은 32.8%가 눈(주름·쌍꺼풀) 부위 수술을 원했다.

다음으로 25.6%가 얼굴의 주름 제거와 피부 성형을 원했으며, 코(17.8%), 배(15.6%), 가슴(11.7%), 다리(11.1%) 등 부위에 대한 수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54.7%로 나이가 많은 주부일수록 건강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주로 사우나·찜질·반신욕 등을 할 수 있는 목욕이 37.4%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걷기·산책(31.3%), 등산(28.0%), 마사지(24.0%), 헬스클럽(2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부생활

현재의 결혼생활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50.9%로 과반수를 넘었다.

반대로 불만족하다는 응답은 10.0%였고 나머지 37.6%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부부의 성생활에 대해서는 과반수 이상(53.3%)이 매우 만족하거나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부간 성관계는 1주일에 1번 정도 가지는 편이라는 응답이 46.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개월에 1번 정도 가끔씩 가진다는 응답이 24.9%였다.

1주일에 3회 이상 매우 자주 성관계를 갖는다는 응답도 9.6%나 되었으며, 반대로 거의 갖지 않는다는 응답도 5.6% 정도로 나타났다.

주부 자신이 성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적극적이냐는 질문에 과반수 이상인 58.0%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적극적이다(매우, 대체로)는 응답(23.8%)이 반대로 소극적(매우, 대체로)이라는 응답(13.5%)보다 많았고 나이가 젊은 주부일수록 적극적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50대에서는 무응답률(12.8%)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성을 공개적으로 논하기를 꺼리는 경향을 보였다.

결혼한 남편과 아내가 각각 다른 상대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절대 용인할 수 없다'(67.3%)는 입장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26.7%는 '경우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4.7%는 '전적으로 묵인한다'고 답해 31.4%가 부부의 배우자 외 부적절한 관계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남편 외 남자친구를 갖고 싶으냐는 질문에 70%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인 반면 28.9%는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결혼생활 중 이혼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이혼할 마음은 없다는 응답자가 60.4%로 가장 많았다.

전혀 이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30.4%인 반면 당장 이혼하거나 기회만 되면 하고 싶다는 응답도 6.2%였다.

이혼하고 싶은 이유로는 부부간의 성격 차이(29.8%)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경제적인 문제(8.9%), 시부모(시댁) 문제(4.7%), 남편의 폭력(4.0%) 등을 꼽았다.

◇기타

조사대상 주부의 과반수 이상(57.3%)이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술을 마시는 응답자 중 약 29%가 소주 반병 내지 한병 정도를 마신다고 했다.

맥주는 1병 정도 마신다는 응답자가 6%였다.

담배는 97.8%가 피우지 않는다고 했으며 담배를 피운다고 해도 하루에 1갑 이하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식은 고기집에 가는 경우가 45.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한정식(25.8%), 일식 횟집(9.6%), 양식(6.7%) 순이었다.

주부들이 주로 하는 여가활동은 운동 37.4%, 영화감상 24.1%, 노래(음악감상, 연주) 16.4% 순이었다.

주부 3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것(31.3%)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었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과반수 이상(56.7%)이 10권 이하의 책을 읽었으며, 책을 한권이라도 읽은 주부들의 1년 평균 독서량은 8.1권이었다.

우리나라의 전·현직 정치인 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13.1%가 고 박정희 대통령을, 12.4%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꼽았다.

다음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자(2.9%), 노무현 현 대통령(2.2%), 고건 전 국무총리(1.8%) 순이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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