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이 시대적 추세로 받아들여지면서 서울을 정점으로 한 국가 구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은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변화의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공공기관 지방 분산, 대기업 본사 지방 이전 등을 둘러싼 지방정부 간의 힘겨루기는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구는 이제 중추 기능을 갖춘 동남권 허브 도시로 도약하느냐, 껍데기만 남은 소비 도시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매일신문은 창간 58주년을 맞아 대구를 사람이 모이는 비전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경제, 산업, 교육, 의료, 문화, 레저 등 각 분야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국내 다른 도시의 실태와 해외 현지 취재, 관계 전문가의 견해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모색해 본다.
최근 조해녕 대구시장이 기업 유치를 위해 삼성전자를 방문했을 때 한 간부는 "회사를 옮기고 싶어도 직원들이 가려 하지 않는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했다.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있으면 직원들이 먼저 가자고 할 텐데 대구의 교육 여건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른 시각으로는 대구시가 기업 유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핵심을 모르고 있다는 지적으로도 볼 수 있다.
대구시는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잡고, 핵심적인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하면 구호만 요란해 보인다.
부지나 도로, 세제 혜택 등은 더 이상 기업이나 공공기관 유치의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원스톱 행정 서비스나 찾아가는 행정 등도 일방적인 구애에 불과하다.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 기업과 공공기관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생활 여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우선되는 요소는 교육. 이명박 서울시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외국인 자녀를 위한 학교 설립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서울시에서는 용산에 부지 1만평을 내놓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강북에 특목고를 짓고 수십억원을 들여 영어마을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한꺼번에 10개의 특목고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인천은 외국인 학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전략에서 이미 대구보다 몇 걸음 앞서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대구시는 교육을 위한 투자는커녕 기본적인 마인드조차 돼 있지 않다고 교육계는 지적한다.
진작 대구시교육청에 넘겨야 할 교육세조차 제때 주지 않고, 학교 신설이나 교육환경 개선에 딴지를 거는 상황이라는 것.
오랫동안 대구는 국가의 핵심 인재를 길러내는 도시였다.
경북고, 경북대사대부고, 계성고 등 공.사립 고교들은 한때 전국 최상위의 학력과 대학 진학률을 자랑했다.
대구상고와 대구공고 등 지역 실업계 고교 출신들은 산업 발전의 중추가 됐고, 경북대, 영남대 등에서 길러낸 인재들은 중앙 관계는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맹활약했다.
삼성그룹 등에서는 지금도 많은 지역 대학 출신들이 사장 등 임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실제 1990년대 중반 이후 대구 교육은 급격한 경쟁력 약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재계와 대기업은 물론 IT 분야를 주름잡던 지역 고교와 대학 출신들은 점점 대가 끊기고 있다.
안일에 젖어 있던 지역 주요 대학들은 수도권 대학의 급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역 전체에 위기 의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을 나몰라라 하고, 교육계는 내부에서 곪아 시민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경남의 경상대와 창원대, 부경대와 해양대는 통합 논의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지역 대학들은 독자적인 특성화 시도마저 미흡한 실정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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