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의 위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가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위기론을 제기하는 것은 개혁을 저지하려는 음모가 있는 것 같다는 반격이 있다.
이러한 소모적인 위기 논쟁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경제위기론은 소비자 및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확산시키고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내수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제기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잘못된 경제 인식이 경제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등의 막연한 위기론을 제기하여서도 안 되고, 일부 거시경제지표에 기초하여 내수시장의 장기침체와 서민경제의 심각성을 가볍게 인식하여서도 안 된다.
수출시장과 관련이 있는 무역흑자, 외환보유액, 상장기업이윤율 등은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 7개월간 연속 30% 이상 증가율을 보였으며, 6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39.6%나 증가하였다.
이에 반하여 내수경기를 나타내는 가계지출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비 1.4% 감소해 4개 분기 연속 감소하였고, 자동차.가전.가구 등 내구재의 국내 판매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일 발표한 매출액 600대 기업의 경기동향 전망조사에 의하면 7월 기업 경기실사지수 BSI는 86.4로 200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현재 한국경제는 장기적이고 심각한 내수시장의 침체 속에서 자동차.전자.철강 등 일부 업종의 높은 수출 신장세가 경제성장을 힘들게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수출이 크게 증대하면 투자증가와 고용창출이 이루어지면서 유효수요가 증가하여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선순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경제에 이러한 선순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장기침체에 빠져들면서 성장잠재력이 크게 약화될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시장의 여건 변화로 수출마저 크게 감소하면 경제는 그야말로 위기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선순환 메커니즘을 제약하는 요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높은 가계부채로 인한 소비능력 한계, 신뢰위기와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 및 소비심리 위축, 국민경제 양극화 심화로 인한 중산층 축소와 국내기업간 연관효과 약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신용카드 남발과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경쟁이 빚어낸 가계부채 위기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청년실업률이 높아 소비능력 한계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 약화와 근로자의 고용불안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확산으로 투자심리와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있다.
수출업체와 내수업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내부 연관효과가 약화되어 선도적 기업의 수출경쟁력 효과가 국민경제 전 부문으로 확산이 잘 안되고 있다.
현재 한국 수출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수준의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중국 등 외국기업이나 해외현지법인들과 분업 즉 연관관계를 크게 확대하고 있어 국내기업과의 연관관계의 비중이 과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수출이 내수경기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에 의한 내수 견인 효과만을 기대하지 말고 내수경기를 진작하고 신뢰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국민경제의 양극화와 이중화의 심화를 완화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수립 시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 중소기업의 기술능력과 지식기반 경영 능력의 제고를 위한 산학관의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의 장기침체현상이 신뢰의 위기, 갈등, 불확실성, 국민경제의 양극화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고 손쉬운 경기부양책을 쓰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서 부작용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는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거나 카드남발과 같은 경기부양책으로 큰 대가를 치러왔고 현재도 치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이효수 영남대교수. 경제금융학부 한국노동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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