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 강남구 삼성동 COEX. 인근 수십곳의 식당을 거의 모두 돌아봤지만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영미(21'서울 대치동)씨는 "COEX 주변은 전시회와 회의행사가 많은 탓도 있지만 쇼핑몰과 무역센터 등이 함께 있어 강남은 물론, 서울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라고 했다.
이튿날 찾아간 부산 BEXCO. 내년 APEC정상회의 부산유치와 관련,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부 손님들이 찾아와 있었다.
서울 COEX와 부산 BEXCO에는 '사람들 소리'가 크게 들렸다.
▨서울 COEX
오수영 COEX 홍보팀장은 "오늘 COEX에서 열리는 회의행사만 30개"라고 했다.
하루 평균 40, 50개의 회의가 열리고 연간 1천500개 가량의 회의행사가 COEX에서 개최된다는 것이다.
COEX는 89개의 회의실(총면적 1만7천146㎡)을 갖고 있다.
7천명이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컨벤션홀과 2천명이 들어가는 그랜드볼룸, 1천여명을 수용하는 오디토리움 등 대형 회의실이 즐비하다.
아시아 최대의 컨벤션시설.
전시장과 회의실 입구가 마주 보고 있는 구조도 특징적이다.
COEX 관계자는 최근 전시컨벤션산업은 전시회와 전시 관련 회의행사가 동시에 열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COEX는 전시사업보다는 도시전체에 파급효과가 큰 컨벤션 사업 활성화를 경영혁신의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전시사업도 만만치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공장자동화종합전'농기계박람회'사진영상기자재전'판촉물 및 선물용품전'광고물기자재전'국제제빵제과전 등 COEX가 개최하는 6개의 전시회가 국제전시연합(UFI: Union des Foires Internationles, Union of International Fairs)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COEX는 연간 150여개의 전시회를 개최하며 이 가운데 6개가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
또 지난해 상해에서 공장자동화 전시회를 개최, 중국으로 진출했고 올 해는 인도네시아에서 농업기계전시회 개최를 예정하는 등 세계시장으로도 나가고 있다.
COEX는 경영혁신을 위해 전시회 숫자를 줄이고 있다.
통합해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COEX는 국내 전시컨벤션분야에서 선두주자지만 아직 흑자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세계 도시와 싸우기 위해서는 아직까진 저렴한 임대부스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COEX는 일본'중국 등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을 상품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뮤지컬'게임'애니메이션 등을 직접 만들어 공연을 COEX에서 개최하거나 관련 전시회를 연다는 것.
COEX는 인천공항에서 10분마다 다니는 리무진을 이용, 1시간30분 만에 닿는다.
김포공항에서는 리무진 버스로 40여분 거리. 외국인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지하철2호선 삼성역이 COEX와 직결되고 2009년엔 지하철 9호선이 또 이곳을 지난다.
버스노선은 60여개.
COEX는 호텔'무역센터'백화점'전문 식당가 등이 밀집된 타운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구의 EXCO와 비교하면 배후시설이 완벽에 가깝다.
1천200개의 객실을 가진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이 바로 옆에, 300실을 갖춘 오크우드 호텔도 전시장과 붙어 있다.
반경 10km 이내로 따지면 특급호텔만 37개가 있다.
불과 10여분 거리에 숙소가 널려 있는 것이다.
전문 식당가를 갖춘 쇼핑몰도 있고 현대백화점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엔 하루 유동인구만 10만명이 넘는다.
COEX는 120여명 직원들의 '전문화'를 통해 영업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한 조경담당 직원은 최근 모 대학 조경과 교수로 갔을 정도로 자기 업무에 대한 전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편 현재 무역협회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COEX는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도시전체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 지분매입을 고려할 정도로 지방정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부산 BEXCO
BEXCO는 해운대에 있다.
바다가 멀지 않다.
유동현 BEXCO 홍보팀장은 BEXCO의 입지가 대단한 장점을 갖는다고 했다.
"해운대 관광특구가 직선거리로 2km 떨어져 있습니다.
외국인만 연간 200만명이 찾아오는 곳이 해운대예요. 전시회와 컨벤션은 리조트형으로 가는 추세입니다.
쉴 만한 곳, 즐길만한 곳이 전시컨벤션의 최적지입니다.
" 유 팀장은 부산은 입지를 잘 잡아 향후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했다.
BEXCO는 배후에 특급호텔 5개와 특2급호텔 4개, 1급(14), 2급(14), 3급(22), 콘도(5) 등 모두 64개의 숙박시설을 갖고 있다.
해운대에만 7천개의 호텔 객실이 있다.
또 BEXCO 바로 옆에 비즈니스 호텔이 공사중에 있다.
BEXCO는 부산시 도시계획으로 마련된 22만5천800여평 규모의 '센텀시티' 내에 있다.
센텀시티에는 롯데'현대백화점이 들어올 예정인 것을 비롯해 수변공원과 엔터테인먼트 타운, 방송국, 대형 할인점 등이 건설된다.
전시회 참여에서부터 회의참여, 숙박, 쇼핑, 놀이 등 이 타운 내에서 원스톱으로 가능케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는 공사가 진행 중이며 수년 내에 제모습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역에서 내리면 바로 BEXCO에 닿는다.
부산시는 국제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김해국제공항에서 BEXCO를 연결하는 경전철을 놓기로 하고 이미 설계를 끝냈다.
이같은 기반을 바탕으로 부산은 매머드 컨벤션 행사인 2005년 APEC정상회의를 유치했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달 18일엔 외교통상부 장관이 직접 방문, 준비회의를 열고 있었다.
2천8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홀은 8개국 동시통역시스템까지 완비, 회의 시설로 손색이 없다.
BEXCO는 APEC정상회의 유치라는 '대어'를 낚은 것은 물론, 2002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를 치르면서 국제적 지명도를 높였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대형행사를 치르면서 '브랜드' 이미지까지 생겨난 것이다.
때문에 월드컵 본선 조추첨 직후 독일 메쎄 프랑크푸르트가 2003 철도물류전 공동 개최를 제안했고 ICCA(국제컨벤션협회) 2004 총회의 유치성사까지 이어졌다.
BEXCO는 대구보다는 훨씬 규모가 큰 컨벤션 행사를 지난해 229회나 개최했다.
지난해 부산국제모터쇼 등 전시회도 49회나 열었다.
가동률은 46%. 2001년 문을 연 BEXCO는 지난해 32억원의 경상이익을 달성했다.
전시장은 기둥이 없는 단층 구조여서 무거운 전시품목도 중장비를 이용,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전시참가업체나 방문객 모두 보다 쉽게 전시회를 둘러볼 수 있다.
부산시는 이미 전시장을 증축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
전시면적이 대구의 3배(3만3천183㎡)에 이르고 회의실 면적도 대구보다 크지만(4천962㎡) 향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 키워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BEXCO는 서울과 부산, 양대 산맥이 우리나라 전시컨벤션 산업을 양분할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국제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고, 호텔 등 배후 인프라가 충분한 부산만이 지방 도시 중 유일하게 전시컨벤션산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대구 등 다른 지방도시가 갑작스레 부산의 인프라를 따라올 수 없으리라는 자신감이다.
BEXCO는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확충을 요구하고 해외마케팅 전문인력도 잇따라 충원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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