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별난과거

옛날에는 말이야, 임금님이 일부러 허름하게 차려입고 밤중에 몰래 대궐을 빠져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이 있었다고 해.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살펴보려고 그런 거지. 오늘은 그런 이야기 하나 할 테니 들어 봐.

임금님이 하루는 밤중에 성밖 시골 마을에 가서 이 집 저 집 살피는데, 한 집에 갔더니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래. 노래 소리도 나고 울음소리도 나거든. 노래는 즐거울 때 부르는 거고 울음은 슬플 때 내놓는 건데 이게 한꺼번에 나니까 이상하기도 할 것 아니야? 그래서 대체 뭐가 이러나 하고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봤더니 방안에 세 사람이 있는데, 글쎄 이 세 사람이 제각각 다른 일을 하고 있더래. 하나는 젊은 상주인데, 이 사람은 윗목에 앉아서 방바닥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러. 또 한 사람은 머리 깎은 젊은 여자스님인데, 이 사람은 방 한가운데에서 덩실덩실 춤을 춰. 나머지 한 사람은 늙은 할아버지인데, 이 사람은 아랫목에 앉아서 음식상을 앞에 놓고 훌쩍훌쩍 울고 있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임금님이 그 모습을 보고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임금님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나서 안으로 들어갔어. 들어가서 물었지.

"내가 밖에서 지나다가 들으니 노래 소리도 나고 울음소리도 나기에 이상해서 염치없이 잠깐 들여다봤습니다.

대체 세 사람은 어떤 사이며, 무슨 까닭으로 이러는 것입니까?"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대답을 하는데, 그 사연이 이렇더래.

"노래하는 상주는 내 아들이요, 춤추는 스님은 내 며느리입니다.

우리가 본래 가난하게 살았는데, 얼마 전에 내 아내가 죽어서 장례를 치르느라고 더 가난해졌습니다.

마침 오늘이 내 생일이라, 며느리가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이렇게 생일상을 차려 줬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가 나를 기쁘게 해 주려고 저렇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입니다.

아들 며느리가 나 때문에 저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니 하도 마음이 아파서 울고 있습니다'"

임금님이 들어 보니 참 딱하거든. 얼마나 가난했으면 며느리가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시아버지 생일상을 차려 줬을까. 또, 얼마나 효성이 깊으면 상주 된 몸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까.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사람들을 좀 도와 주고 싶거든. 그래서 임금님이 넌지시 귀뜸을 해 줬어.

"며칠 뒤 대궐에서 과거가 있다고 하니, 아드님은 꼭 과거를 보도록 하십시오'" 그래 놓고 대궐로 돌아와, 그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며칠 뒤에 과거를 본다고 방을 붙여 널리 알리고 신하들에게는 과거 준비를 하라고 일렀지.

며칠 뒤 과거 보는 날이 되니까 온 나라 선비들이 많이 모였는데, 글 제목을 뭐라고 붙였는고 하니 '노래하고 상주와 춤추는 중과 우는 노인'이라고 턱 붙여 놨거든. 임금님이 일부러 그런 제목을 붙이도록 한 거지. 그러니까 그 많은 선비들이 아무도 글을 못 써. 무슨 뜻인지 알아야 쓰지. 그런데 단 한 사람, 그 집 아들만은 무슨 뜻인지 알고 글을 써냈다는 거야. 그래서 장원급제를 해 가지고 잘 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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