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내신 부풀리기 유감

대부분 고교의 1학기말 시험이 끝났다.

시험에서 풀려난 데다 방학까지 임박했으니 학생들 표정에 생기가 넘칠 때다.

그런데 상당수 학교에서 비명과 탄식이 들려온다.

억울해 하며 울먹이는 학생이 너무 많다.

고교의 중간'기말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되는 데서 빚어진 현상이다.

대구의 한 고교 최상위권 학생은 수학 한 문제를 실수로 틀렸는데 만점자가 100여명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또 다른 고교 한 3학년생은 영어 한 문제를 틀렸는데 석차가 50등이 넘어 내신성적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게 됐다고 걱정했다.

이 같은 '내신 부풀리기'는 대학입시 제도의 이념과 현실이 엇갈리면서 생겨난 우리 교육의 묵은 '종양'이다.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어느 쪽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보니 고교 입장에선 일단 학생들의 시험 점수를 높여놓고 볼 수밖에 없는 노릇. 줄 세우기로 치자면 종대도 횡대도 아닌 어중간한 모양인 것이다.

여기에 대학들이 신뢰를 줄 리 없다.

평어를 반영하거나, 실질반영비율을 낮추거나, 단계별 전형을 통해 논술이나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도록 만드는 등 온갖 편법이 동원된다.

수험생들에게 내신과 수능, 논술과 면접 등 모든 분야의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결국은 부실한 대입제도인 셈이다.

문제는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고교 간 지역 간 학력 격차가 엄연하니 상대평가의 불합리가 크고, 점수 부풀리기를 없앨 방법이 없으니 절대평가는 믿을 수가 없다.

교육부는 이력철 도입 등을 통해 2008학년도부터 내신성적 비중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객관성과 신뢰도 때문에 실효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법은 역시 학교 교육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학교 스스로 내신 부풀리기라는 종양을 치유해야 한다.

예측 가능하고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중간고사를 너무 쉽게 출제했다고 기말고사 난이도를 높이거나, 만점이 수십, 수백 명인 시험을 치러서는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없다.

시험은 학습 성취도를 확인하고, 경쟁을 촉진시키며, 목표를 갖고 나아가게 만드는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입시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다고, 시험의 본래 의미까지 훼손해서는 우리 교육의 앞날을 기대할 수 없다.

유네스코 보고서는 시험의 역기능으로 '시험 결과가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해짐에 따라 학생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시험에 관련된 사람에게 비정상적 행위를 유발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들도 가슴으로 새겨봐야 할 날카로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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