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 컴맹탈출 해결사

"어, 또 불 켜져 있네." "이 교수 강의 준비 중이겠지 뭐."

북구청 당직 직원들에게는 정보통신과에 밤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이 교수'로 불리는 '열혈남아' 이복우(39.정보통신과 행정7급)씨가 다음날의 주민정보화 교육을 위해 강의 준비 중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씨는 주민들을 위한 정보화교육 강의를 위해 밤 10시 퇴근은 기본. 이씨는 지난 1990년 9급 행정직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산직 직원이다.

이씨가 전산 관련 업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5년. 구청 정보통신과(당시 전산과) 초기멤버로 시작, 직원과 주민 대상의 정보화교육 강의를 맡게 되자 대학에서 주경야독하며 전자계산학을 전공하고 주민 정보화교육을 위해 방대한 분량의 교육용 교재까지 만들어 냈다.

이씨는 구청내 전산 관련 '해결사'도 됐다.

직원들이 컴퓨터가 이상하다고 하면 즉시 달려간다.

짜증 내거나 귀찮아하는 법이 없다.

지난해부터는 '빨리오오(8255) 지원반'까지 만들어 각종 프로그램 설치, 바이러스 등 컴퓨터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직원 1인 1종 이상 정보화 자격증 갖기' 운동까지 기획, 전 직원의 70%가 워드프로세서, 컴퓨터활용능력 등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특히 주민 정보화교육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40대 이상 주민들의 경우 학원에 가면 학원비가 들고 집에서 자식들에게 배우려면 눈치받고 무시당하기 일쑤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장애인 교육생을 위해서는 구청마당까지 나가 교육장으로의 이동을 돕는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은 경우도 적잖다.

손자들에게 전자메일을 보내고 싶다고 찾아온 76세 할머니가 인터넷을 활용하게 되고, 아들에게 배우느라 눈치와 무시를 당해온 50대 주부가 교육 5개월 만에 워드프로세서 1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 자격증을 따 도리어 아들을 가르치게 되기도 한 것.

이씨의 열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구청에서 사용하다 교체된 빔 프로젝트 기기를 끈질긴 노력으로 허락받아 산격종합복지관 컴퓨터교실에 전달했다.

또 열악한 복지관 강의실 환경도 바꿨고 고장난 컴퓨터도 모두 수리했다.

저소득 주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정보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러다 보니 직원과 주민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하고 인기도 좋아 구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의 단골이 됐다.

"주변에서 '대단하다'고들 하는데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주민 정보화 교육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습니다.

"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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