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국의 첫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가 21시간 동안 60만㎞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귀환했다. 우주선에 탑승했던 양리웨이 중령이 캡슐의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중국 대륙은 감격의 눈물바다를 이뤘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1970년에 이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지난해 4월 무인우주선 선저우 3호를 발사했던 중국. 그 바탕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그리고 중국 우주항공산업발전의 한가운데에 베이징항콩항톈(北京航空航天)대학이 있다.
우주산업뿐만 아니라 중국 첨단기술의 중심에는 대학이 있다. 대학의 기술을 바탕으로 잠에서 깬 중국은 세계기업의 심장을 찌르고 있다.
베이징대, 칭화대 같은 명문대학들은 이미 테크노파크 등 산.학 연구와 각종 벤처.수익 사업을 통해 각기 연간 2조원이 넘는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중국의 대학은 이미 돈벌이에서도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촌(中關村)'. 이곳에는 베이징(北京).칭화(淸華)대 등 20여 개의 대학과 30여 개의 국가 중점 연구소가 모여 있다. 중점 연구소의 상당수는 대학부설이다. 이곳에서 나노기술, 컴퓨터공학, 환경공학, 신소재 등 분야의 유능한 과학자가 다수 배출되고 있다. 대학은 기술을 투자할 뿐만 아니라 자본까지 투자해 수익을 올린다.
중관촌 연구단지와 한국 대덕단지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한국은 서구식 프로그램을 따르고 있다. 즉, 정부가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기업과 산업이 순차적으로 그 연구 성과를 이용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연구결과가 곧바로 산업에 연결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중국은 '체인 모델(chain model)'을 취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를 체인으로 묶어, 과학.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로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대학의 연구소가 국가사업의 주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항콩항톈 대학은 중국의 우주항공 기술을 주도한다. 이 대학 교수 및 연구원 3천명은 기업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한 해 전국최고인 1인당 평균 20만 위안(3천만원)을 연구비용으로 받는다.
베이항대는 1952년 칭화대 베이징대 등 중국내 8개 유명대학의 관련 학과를 통폐합해 설립됐다. 졸업생 8만 명은 모두 우주항공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들이 첨단기술의 중심에서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베이징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중국 전역에는 100개 중점대학과 수 백 개의 중점학과가 있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최고 수준의 지원을 받으며,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점학과가 많을수록 좋은 대학으로 꼽히고 사업수익도 높다. 2003년 9월 중국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대가 81개의 중점학과를 보유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칭화대 49개, 푸딴(復旦)대 40개, 난징(南京)대 28개 등의 순이다.
상하이(上海) 푸딴대의 경우 산학협동 차원의 기술투자로 만든 회사는 110개. 이들 회사는 교수에게 전체 주식의 20% 범위에서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은 물론 교수들도 자신의 연구성과에 따라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대학 대학원생들이 신기술을 이용해 설립한 기업은 40여 개에 달한다. 푸딴 대학이 만든 푸딴푸화(復旦復華)그룹은 중국내 대학이 만든 기업 중 처음으로 상장된 회사이기도 하다.
지아오통(交通)대 역시 80여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대학은 특히 건강식품, 컴퓨터 등에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다. 이 학교의 식품 회사인 '온리 푸드'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협찬한 유일한 중국 기업이었다.
중국 학교의 돈벌이는 대학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고교 및 중학교도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 명문고교의 경우 입시학원을 열어 큰돈을 번다.
명문고가 개설한 입시학원은 비싼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수생들이 몰린다. 명문고 교사가 직접 출강하는 만큼 실력 있는 교사로부터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중학교의 경우에도 교지를 만들거나 각종 특강, 행사 등을 통해 돈벌이에 나선다.
이와 반대로 학생이 자꾸 줄어드는 학교, 돈벌이가 안 되는 학교는 교육부의 지원도 줄어든다. 이런 학교는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학생들이 떠나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 실제로 베이징의 민주(民族)대 부속 초교는 학생 수 감소와 경영난으로 다음 학기부터 문을 닫는다.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교직원 샤오 원 훙씨는 "명문대학이 설립한 기업이나 명문대학과 연계한 기업은 기술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브랜드 가치를 지닌다" 며 "명문학교일수록 사업의 수익성도 높아 학교별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명문학교는 그 자체로 높은 위상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기술로 수익까지 올리고 있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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