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도시는 세계적 관광지.' 인구 250만명의 대구는 덩치로 보면 분명 국제급 도시다.
하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인구 일이십만의 유럽 도시와도 비교가 안된다.
눈부신 문화유적도, 화려한 밤문화도, 입을 즐겁게 하는 식도락도 없다.
대구에 '일 보러' 오는 사람은 있어도 '놀러' 오는 사람은 없다.
세계 관광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지만 대구는 점차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외딴 섬'이 아니다.
천년고도 경주, 대가야가 살아 숨쉬는 고령, 유교문화의 본산 안동이 삼각편대처럼 대구를 에워싸고 있다.
이들 삼각점을 중심으로 인근을 한데 묶어 '보고, 먹고, 즐길 수' 있는 관광벨트로 엮어내는 작업들이 한창이다.
이들 삼각 벨트의 중심인 대구가 허파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대구는 사람이 모여드는, 그리고 살 만한 도시가 될 것이다.
▨ 위축되는 경북 관광시장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국내여행을 검색해보면 수십가지 패키지 상품이 뜬다.
전라도 땅끝부터 서해 갯벌체험, 남해 선상 일출까지. 하지만 경북지역 상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나마 유일한 패키지 상품은 '고속열차 타고 경주 즐기기'뿐이다.
여행상품 담당자는 "구색갖추기 차원에서 상품을 올려놓았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경주는 수학여행의 추억만 남아있는 관광지일 뿐"이라고 했다.
한때 연간 900만명을 넘나들던 경주 관광객은 1996년을 고비로 7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했던 2000년과 2003년에 800만명을 넘어섰을 뿐 매년 670만명 선에서 오락가락이다.
그나마 이 수치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불국사에 갔던 관광객이 첨성대로 거쳐 경주박물관으로 가면 방문자 수는 3배로 잡힌다.
경북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1월~10월) 경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은 1천37만여명, 경북 전체는 무려 3천444만여명에 이른다.
물론 이 수치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한 것은 경주를 찾는 수학여행단마저 매년 5~10%씩 감소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수학여행 전문 숙박업소들은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숙박업소 관계자들은 "시.군마다 수학여행단 유치를 위해 야단법석인데 경주는 단체장 이름으로 안내장 하나 달랑 발송하고 나몰라라 한다"며 불만이다.
안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안동 관광객은 외국인 4만9천여명을 포함해 260만명. 1996년 관광객 65만여명에 비해 7년새 4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길 일 만은 아니다.
1999년 관광객 247만명 시대를 연 뒤 수년째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수치도 신빙성이 없다.
증감추세를 보여줄 뿐이다.
같은 시기 경북도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안동시 관광객이 180만명선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관광객들은 안동을 찾고 싶어도 당일치기 관광이 어려운데다 숙박시설과 식당,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마음을 접기 일쑤다.
하지만 1996년 중앙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 문제도 사실상 핑계가 됐다.
1999년 4월21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을 방문하면서 일약 세계적 관광지로 부상하는 계기를 맞았지만 '반짝 특수'를 누리는데 그치고 말았다.
▨ 관광벨트화로 활로를 찾는다
침체된 관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각 시.군들은 중장기계획을 마련해 변신을 꿈꾸고 있다.
경주는 2008년 경부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고도보존 및 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됐고, 지난 3월 '역사문화도시'로 지정되면서 경주의 원형을 되찾는 '신라왕경' 복원에 착수했다.
경북도는 2013년까지 1천39억원을 들여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을 복합테마공원으로 조성한다.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 11개 시.군에는 오는 2011년까지 1조9천억여원이 투입돼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이 진행된다.
고령은 오는 2006년까지 256억원을 들여 '대가야 역사테마공원'을 조성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광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려면 주변 시.군과의 손잡기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웃 시.군과의 '관광벨트화' 사업이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북 북부권 11개 시.군 단체장들은 오는 18일 한국관광공사에서 여행사 관계자와 언론인들을 초청, 합동 관광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홍보용 CD와 팸플릿, 기념품도 공동 제작한다.
일년 전만해도 도토리 키 재기식 경쟁을 벌이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내친 걸음에 북부권 11개 시.군은 이달 중 관광명소와 축제, 특산물, 체험테마여행 등을 총망라한 '경북 북부 관광 가이드 북'을 만들어 전국 여행사에 배포한다.
안동시 전창준 관광과장은 "11개 시.군의 벨트화는 윈-윈전략을 통해 관광도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6일 고령군청에서는 경북 고령과 성주, 대구 달성, 경남 합천의 단체장과 실무자들이 모여 '지역발전혁신 광역협의회'를 만들었다.
참석자들은 김천~성주~고령~합천~진주 철도노선안 등 SOC 구축을 위한 대처방안과 함께 '가야문화권 개발 국책 사업화' 등 관광벨트화에 대해 논의했다.
고령군으로선 장기적으로 막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받는 대가야개발 국책사업화가 최대 관건인 셈. 나머지 3개 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광역협의회는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안 6개 시.군을 연계한 광역관광벨트화도 한창이다.
'영천에서 시작해 경주 곳곳을 둘러보고 내친 김에 바다까지' 등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경주.영천.포항.영덕.울진.울릉 등 동해권 6개 시.군이 힘 모으기에 나섰다.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를 한데 묶어 패키지 상품을 만들자는 것.
그러나 관광벨트화도 쉽지만은 않다.
지역간 이기주의가 여전히 큰 걸림돌이다.
동해안 6개 시.군은 작년 2월 관광벨트화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껏 결과물은 '경북 동해안 관광지도' 제작에 불과하다.
주5일제를 겨냥한 패키지 상품을 두고 다양한 코스가 제시됐지만 서로 이해득실을 따져 저울질만 하는 바람에 불발로 끝났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시.군별로 수억원에 불과한 관광예산도 합치면 수십억, 수백억원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단체장들의 생색내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시.군별로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특화한 뒤 역할을 분담해 개발에 나서야 시너지효과가 있는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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