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세상-약밥과 식혜

이런 이런, 일본어를 배우겠다고 3월부터 큰소리 쳐댔는데 도대체 인사말도 제대로 안 나오니.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안다는 손님 덕에 덜컥했던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정빈이는 집에 온 손님이 일본에서 왔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우리나라 사람이구만.'

일본 속의 한국인. 일본에서는 '자이니치'라 불려진다는 그들. KEY(재일한국청년연합회) 오사카 지부 회원들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KYC(한국청년연합회) 대구지부와 함께 '한국·재일 청년 NGO 평화포럼' 행사를 하기 위해 대구에 왔고 그 중 세 사람이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비록 하루나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서툰 한국말과 능숙한 일본말을 번갈아 하는 그들과의 만남은 정말 뜻깊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식민시대와 전쟁, 그로 인한 아픔의 흔적들.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린 위안부 할머니들, 원폭 피폭자들 문제 등등.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이 무시하고 애써 외면하지만 전쟁의 피해자들에 대해 다음 세대가 함께 생각하고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자각으로 모인 일본 속의 한국 젊은이들. 당당하고 멋진 젊은이들이었다.

첫날 머문 이십대의 두 아가씨는 아침상에 차려진 여러 가지 나물 반찬에 많이 놀랬단다.

일본에서는 햄버거 속에 양배추나 토마토를 넣어 먹거나 김치 정도가 야채의 전부인데 이런 여러 가지 나물을 먹는다는 것이 놀랍단다.

무, 가지, 호박, 열무, 부추 등등. 너무 다름에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

이틀을 우리 집에 머물 또 한 사람을 위해 특별한 것을 준비하고 싶었다.

합천 원폭 피해자 복지관에 다녀오느라 저녁 늦게 도착할 그녀를 위해 가장 한국적인 야참이라며 선택한 것이 '약밥과 식혜'. 너무 진한 색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 집 약밥은 색이 희멀겋다.

전통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금의 변형으로 우리의 약밥이 케이크나 빵에 밀려나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온 친구에게 나의 이 '깊은 뜻'을 전하려면 아마도 두 팔다리가 고생하지 싶다.

'바디랭귀지'의 위력만 믿고 공부를 게을리한 자의 비애로다.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찹쌀 5컵, 물 2½컵, 설탕 1½컵, 참기름 6큰술, 진간장 3큰술, 계피가루 1큰술, 소금 1작은술, 밤 10개, 곶감 2개, 잣 2큰술, 은행 15알, 대추 7개, 식혜(엿기름 500g, 밥 800g, 설탕 적당량)

◇만들기=약밥: ①찹쌀은 씻어 6시간 이상 불린 후 물기를 뺀다.

②압력밥솥에 준비한 물, 설탕, 계피가루, 진간장, 참기름, 소금을 넣고 약한 불에서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젓는다.

③찹쌀을 ②에 붓고 색깔이 고루 베이도록 잘 섞는다.

④밤과 곶감은 적당한 크기로 썬 뒤 은행, 잣과 함께 ③에 넣고 잘 섞은 뒤 30분 정도 둔다.

⑤보통 밥을 할 때처럼 불을 켜고 추가 돌기 시작한 지 2분 후에 불을 끈 후 뜸을 들인다.

식혜: ①엿기름에 4ℓ의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주무른 뒤 체에 거른다.

②밥에 ①의 물을 부어 전기 밥통에 넣고 보온의 상태에서 밥알이 서너 알 떠오를 때까지 둔다.

③②를 냄비에 옮겨 부은 후 기호에 맞게 설탕을 넣고 팔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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