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이틀간의 한.일 정상회담은 연미복과 넥타이를 벗어버리는 등 격식을 파괴한 실무회담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북핵문제와 과거사문제, 독도문제 등 양국간 해묵은 난제들로 가볍지만은 않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역사인식 등 과거사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혼삿날 장사얘기 하지 않는다'라는 우리 속담을 인용하면서 독도문제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짤막하고 분명하게 밝혔지만 과거사 등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장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독도를 잠시 동안이나마 일본의 '다케시마(竹島)'로 인정하는 우를 범했다.
일본기자가 일본어로 "역사인식문제, 야스쿠니신사문제, 다케시마문제 등 여러 현안이 (한일간에) 남아 있다"고 질의하자 일본측 통역이 그대로 받아서 '다케시마문제...'라고 우리말로 통역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은 다케시마문제에 관해서는 좀 적당하게 얘기하고 넘어가고 역사인식문제는 솔직하게 말하겠다"라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회견장이 잠시 술렁댔다.
그러자 우리측 통역관이 재치있게 "독도문제는..."이라고 바꿔 통역했다.
노 대통령의 얼굴에서도 미묘한 표정변화가 읽혔다.
노 대통령은 답변을 이으면서 "독도문제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런 자리에서 재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재론하지 않겠다.
.."는 등 단호한 어조로 '독도문제'를 정리했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반기문(潘基文) 외교부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일본측 기자의 질의에 대해서 일측 통역이 다케시마라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께서 인용하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며 기회있을 때마다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대통령이 '다케시마'라고 따라 표현한 것은 적잖은 논란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측 통역관이 '독도'로 정정할 정도로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는 '다케시마'라는 표현에 대해 노 대통령이 생각없이 일본기자의 표현 그대로 지칭하고서도 실수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너무나도 뼈아픈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독도는 독도다.
'다케시마'가 아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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