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3억 중국 교육 대혁명-(5.끝)한국 유학생들

문화 등 공부 기회 '스스로 포기'

중국 교육부의 2003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세계 175개국 출신 7만7천715명. 출신 국가별로는 한국이 3만 여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이 1만3천 여명으로 2위다.

도시별로는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등에 유학생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1991년 중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1만 명을 돌파한 이래 유학생 수는 연평균 30%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 지난해 중국에 사스가 몰아쳤을 때 잠시 주춤했지만 유학생 증가율은 다시 회복됐다.

중국은 유학생 유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정부당국과 학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장학금, 의료보험, 각종 생활편의시설 확대 등이 좋은 예다.

그 결과 유학생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한국 유학생들과 학부모가 부딪히는 중국유학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상하이(上海) 푸딴(復旦)대 부속고 우샤오 씬 교감은 "한국 학생들은 저희들끼리만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수업 시간을 빼면 거의 대부분 한국 학생들끼리 생활한다.

물론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학과 지식만 배우고 돌아간다면 안타깝다.

중국 친구를 사귀고 중국 문화를 배우는 것은 학과 공부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학 외 다른분야에도 관심을

그는 "한국 학부모들 중에는 외국 유학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학원을 통해 자녀의 단체 생활지도를 받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생활관리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한국 아이들끼리만 어울린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녀가 현지에서 안전하고 바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건을 조성해 주는 것은 좋지만 단체활동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상하이(上海) 지아오통(交通)대 꾸용핑 국제교육학원 주임은 "한국과 일본 유학생의 70% 이상이 어학 연수생이다.

어학 연수는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한 어학 연수 외에 학과에도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에 한국 기업이 많아 다른 도시에 비해 한국 유학생이 상대적으로 많다" 며 "지아오통대는 자연과학 식품공학 컴퓨터 분야 등에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는 만큼 학교의 특성에 맞춘 유학을 고려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 인공위성이나 원자탄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기초과학이 발달돼 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을 '어학능력'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에 와서 하루 한 두시간씩 중국어 과외를 받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어 과외 비용만 따진다면 한국에서보다 싸겠지만 생활비 등을 고려해 볼 때, 한국에서 일정수준 이상 중국어를 공부해 오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비싼 학비문제로 마찰도

언어문제 외에 생활문제도 있다.

상하이 푸딴(復旦)대 유학생인 김모양은 "일부이기는 하지만 한국 유학생들의 태도는 낯부끄러울 때가 많다.

욕설, 음주, 폭력, 학과 공부 무관심이 심각하다.

심지어 돈을 주고 중국 학생에게 숙제를 맡기는 학생도 있다"며 "그런 식으로 공부할 바에야 비싼 돈 들여 외국까지 올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최근엔 차별적인 학비도 말썽이다.

중국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중요한 돈벌이 수단. 상하이의 일부 학교는 한국학생들에게 중국학생들에 비해 많을 경우 10배까지 높은 수업료와 기부금을 요구해 마찰을 빚기도 한다.

또 학기가 바뀔 때마다 수업료가 많이 인상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많다.

몇몇 학부모들은 학비가 학기마다 50%, 심할 땐 100%씩 오른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자녀의 중국유학을 고려 중인 학부모들은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미국에서 중'고 및 대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유학 온 한 한국 학생은 "국가와 상관 없이 해외유학은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며 "학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노력 없이, 한국에서의 실패를 피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자녀를 해외로 내보내면 십중팔구 실패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특히 "어린 자녀를 해외에 보낼 경우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주변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좋은 외국 학교에 돈 많이 들여 보내주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외국 유학은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며 주변 유학생들의 실패 사례를 여럿 들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사진: 한국 유학생이 비교적 많은 상하이 지아오통대. 유학생들 사이에는 '주변에 놀기 좋은 곳이 많아 지아오통대에서 공부하려면 마음 독하게 먹어야 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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