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사람 모이는 도시로-(8)샴쌍둥이 분리수술 성공한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

고급환자 겨냥 마케팅...소문만큼 의료기술 안 뛰어나

한국인 샴쌍둥이 분리 수술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싱가포르의 래플즈(Raffles)병원. 일부 한국 언론과 병원계는 이 병원과 싱가포르의 의료산업을 국내 병원과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벤치마킹 사례로 꼽고 있다.

실상은 어떨까. 최근 고려대보건대학원이 주관한 래플즈병원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북대병원 의료질관리실장인 송정흡 교수와 손경애 팀장의 도움으로 래플즈병원의 시스템과 실상을 알아본다.

싱가포르 도심에 위치한 래플즈병원은 380병상 규모. 우리의 중소병원급이다.

이 병원은 1976년 의원으로 출발했다.

경영철학은 'To Our Patients Our Best.'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와 서비스를 목표로 하며, 호텔식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호텔 도어맨 복장의 직원이 현관 앞에서 환자를 맞는다.

인테리어는 대구의 신규 중소병원보다 고급스럽진 않지만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고, 벽에는 그림액자로 장식돼 있다.

병실의 음식도 호텔 룸서비스 수준. 작은 정원과 대기공간은 환자에게 안락함을 준다.

헬스클리닉을 두고 있어 질병에 따른 운동처방을 해 주고 있다.

일본인 현지 거주자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일본인클리닉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모든 환자에게 만족도를 조사해, 그 결과를 운영 시스템과 직원 인사에 반영한다.

진료 예약 시간은 철저히 지켜 환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의료보험제도는 국가보험(우리의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으로 2원화 돼 있다.

래플즈병원은 고급환자인 민간보험 환자만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싱가포르는 우리와 달리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고 있다.

래플즈 역시 영리법인이다.

래플즈병원은 1차 진료기관인 메디컬센터와 래플즈헬스와 함께 래플즈메디컬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일반의사가 있는 메디컬센터는 래플즈 병원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래플즈헬스는 기능성화장품과 의료기기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다.

그렇다면 이 병원의 의료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마케팅 수준만큼 의료기술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 이번 견학단(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인 33명)의 공통된 의견이다.

샴 쌍둥이 척추분리 수술은 국내에도 몇 차례 성공 사례가 있다.

첨단 의료장비 수준도 한국보다 한 수 아래. 이 병원에는 암 진단 장비인 PET(양성자방출단층촬영기)는 고사하고 CT(컴퓨터단층촬영기)도 없다.

PET는 싱가포르 전역에 2대 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래플즈는 어떻게 유명세를 타게 됐을까. 송정흡 교수는 "최상의 의료기술보다는 전략적인 마케팅과 친절 서비스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래플즈 관계자는 1차 진료기관을 환자 유치를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고, 영리법인과 고급 환자만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싱가포르 의료제도의 특성, 국제도시로 인프라를 갖춘 싱가포르의 경쟁력 등이 이런 성과를 낳게됐다고 설명했다는 것.

그는 "대구가 의료를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면 역외는 물론 외국의 환자까지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며 "모발이식이나 성형수술을 상품화해서 관광코스와 연계한다면 대구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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