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MBC '문화도시'제작진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20분에 안방을 찾아가는 대구 MBC '설수진의 여기는 문화도시'(이하 '문화도시')는 대구의 생생한 문화 현장을 소개하는 지역에서 유일한 문화 프로그램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설수진씨가 진행을 맡고 있고 허시덕 PD와 김현주 PD가 이끌고 있다.

사실 제작진의 의욕만큼 '문화도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연예계 뒷얘기라면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시청자들이지만 '문화'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채널을 돌려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 방송에서 시도한 문화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실패했죠. 제가 2000년에 맡았던 '문화 공간 21'이라는 프로그램의 경우 겨우 10회 방송된 뒤에 막을 내렸고 이전 프로그램인 '문화가 보인다' 역시 몇 번의 종영과 재방송을 거듭했었으니까요." 허 PD의 목소리가 무거워 보였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이 모이는 이른바 '프라임 타임' 대를 9개월 넘게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 보다 폭넓은 우리 주변의 문화를 찾아내는데 전력을 기울이기 때문이 아닐까. 허 PD는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일반 시청자들이 관심 있어 할 주변의 생활 문화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 생활 자체가 문화입니다.

하지만 순수 예술, 공연 소개 위주의 프로그램은 예술 종사자들을 위한 것일 뿐 일반 시청자와는 괴리감이 있었죠. 문화의 범위를 생활 문화 전반에까지 확대해서 누구나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고 자조할 정도로 방송 소재가 부족한 지역의 문화 현실에서 제대로 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눈물겹다.

녹화 날까지 매일 아이디어 회의와 촬영이 거듭되는 것은 기본. 편집을 하느라 며칠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새내기 PD인 김현주 PD는 녹화 날이었던 이 날 오후에도 이틀 동안 한숨도 못 잤다며 연신 졸린 눈을 비벼댔다.

"단순히 공연이나 전시 소개에 매달린다면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죠. 생활 문화 쪽으로 확대하려해도 프로그램 타이틀이 대구에 국한되기 때문에 소재에 더욱 제한이 있습니다.

"

'문화도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MC 설수진씨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유명인'인 설씨의 미스코리아 출신다운 출중한 외모와 톡톡 튀는 말투는 '문화도시'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9개월간이나 진행을 맡아왔던 그녀는 지역의 문화 현실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대구에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토양이 얼마나 넓은지 놀랄 때가 많습니다.

대구처럼 전통 찻집이 많은 지역도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또 공예나 서예에 종사하는 문화인들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곁에 있고 드러나지 않아서 소중함을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문화 불모지가 아님에도 문화에 무관심하고 타 지역에 비해 특성화되지 못한 대구 지역의 문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이들은 '문화도시'가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순수 예술만을 문화로 여겨 지역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문화도시'의 존재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문화 프로그램이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였다면 이제는 마키야또, 헤이즐넛, 카페 모카처럼 다양한 향과 맛을 내는 커피가 돼야 합니다.

" '문화도시'가 향긋한 문화의 향기를 안방까지 전해주는 문화 전도사로 오랫동안 시청자 곁에 머물기를 기대해본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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