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상인동 은행아파트 앞 상가

무너질까 '조마조마'

"구멍이 이 정돈데 아직 안 무너진 게 이상한거죠."

달서구 상인동 은행아파트 앞 상가 건물. 대구시도시개발공사가 시공, 지난 1993년 준공된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400여평의 이 건물 입주자 14명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5년 전부터 건물 곳곳이 갈라지기 시작해 틈새로 물이 새고 상가 뒤편 인도는 지반이 솟아오르는 등 총체적 부실공사의 징후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

건강상품 가게를 운영하는 박태현(49)씨는 "마치 공중에 떠있는 집 같지 않습니까.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걱정이 될 수밖에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상가 정문 우측은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지지대와 지반 사이에 사람 머리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박씨가 직접 손을 넣어 흙을 파보니 구멍은 점점 커졌다.

그만큼 지반용 토사가 약한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물 내부 곳곳이 누수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지하 슈퍼마켓과 1층의 업소 대다수의 천장 석고보드는 스며든 빗물로 누렇게 변색됐다.

슈퍼마켓 창고는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슈퍼마켓 주인 이태우(45)씨는 "누수가 심한 곳은 천장 석고보드를 떼 내 세숫대야로 받쳐놓지만 비가 오는 날은 하루에도 몇번씩 갈아야 한다"며 "창고는 벽을 뚫어 호스를 배수관로와 연결해 놓았다"고 했다.

입주자들은 부실 시공뿐 아니라 건물 설계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좌우측 통로의 지반이 바깥쪽보다 낮아 빗물이 건물로 고스란히 흐르게 돼 있었던 것. 상가 우측 2층 연결지역은 비가 흘러 지하로 흘러들어가 작년 달서구청으로부터 2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후속조치는 없었다.

박씨는 "상가 입주민들이 두 차례에 걸쳐 벽돌과 시멘트를 구입, 임시 방수조치를 했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올 가을 태풍도 문제지만 지반이 점점 약해져 상가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 말했다.

그러나 10년을 갓 넘긴 건물이고 도시개발공사에서 지었지만 입주민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처지.

지난 97년 개정된 건축법은 하자보수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보장하지만 이 건물은 2년간의 하자보수기간만 적용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법적인 소송을 내지 않는 한 최소한의 보수 공사조차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93년 기준으로 하자공사 기간 2년이 종료돼 이후 하자는 상가번영회 자체서 해결해야 된다"며 "건물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상헌 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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