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유의 종말

폴 로버츠 지음/서해문집 펴냄

국제유가(油價)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우리의 에너지 사용 패턴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동차와 에어컨은 갈수록 늘어나고, 주택은 날로 커지며 냉장고와 TV도 대형화 추세를 내달린다.

석유가 '무한한 자원'이란 착각 속에 사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에너지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룬 '석유의 종말'은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동물 에너지에서 화석연료에 이르는 에너지의 역사를 되짚고, 석유 자원의 현실과 한계를 다루고 있다.

또 대체 에너지인 수소연료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에너지의 남용이 초래한 기후변화 역시 파고든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한정된 에너지가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평안함의 근간인데도 그 소비는 무분별하다싶을 만큼 대량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석연료가 언젠가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유한자원이고, 그것을 태울 때마다 온실효과를 가속화해 기상이변을 가져오는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으나 인류는 이를 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 에너지 산업을 장악한 미국의 소비에 저자는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세계 에너지의 4분의 1을 인구 2억명의 미국이 펑펑 써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자원은 서서히 한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0년에 이미 한계점에 도달해 거대 유전에서 나오는 석유의 양이 점점 줄기 시작했고 노르웨이는 올해에, 멕시코는 내년에, 그리고 나이지리아는 2007년에 한계점에 이르는 등 석유위기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저자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비OPEC(석유수출국기구) 석유생산은 2015년 이전에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한다.

OPEC 역시 2025년이면 한계상황에 이른다는 것. 현재 OPEC 석유는 세계석유시장의 28%를 차지하고 있으나 비OPEC 석유의 한계점 이전인 2010년이면 그 비율이 4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석유가 바닥나는 시점이 아니라 석유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점임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시 말해 새로 발견되는 유전의 수가 줄고, 거대유전의 수가 감소한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그 위기는 벌써 시작됐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더 중요한 것은 석유가 언제 바닥나느냐가 아니라 석유 고갈을 어떻게 대비하느냐"라고 설파하고 있다.

에너지 남용에 따른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저자의 경고도 충격적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인류가 가스, 석유, 석탄을 태워 만든 이산화탄소 때문에 기구 기온이 화씨 3도나 올랐다.

얼른 봐서 심각하지 않은 것도 같으나 빙하시대의 종말이 3도의 기온상승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온난화 결과 극지방의 빙하는 이미 15%가 가라앉았고, 해수면도 10인치가 높아졌다.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풍력, 태양열,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이나 이를 현실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저자는 가스가 주요한 에너지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빠르면 2025년쯤 석유 대신 가스가 세계 제일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 그러나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대륙의 가스 매장량이 2%도 채 안돼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를 찾아 전쟁까지 불사하는 데는 그만한 조바심이 도사리고 있다고 저자는 파악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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