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신문/과거도제 개선 시급

"과거에 합격해도 자리가 없다.

현재의 과거제도는 고급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

성호사설(星湖僿說)과 과천합일(科薦合一)로 유명한 이익(1681∼1763)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과거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익은 "과거는 장차 사람을 선발해 나랏일에 쓰려는 것이다.

그런데 시험에 합격해도 자리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과거시험을 치는가"라며 과거시험의 폐단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문과 합격자가 갈 수 있는 벼슬자리는 500여개. 그러나 3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정기 과거시험인 식년시는 문과 33명, 생원 100명, 진사 100명을 합쳐 233명을 뽑는다.

3년마다 치르는 과거를 10번만 치러도 모두 2천330명의 합격자가 나온다.

이익은 "한 사람이 관리가 돼 보통 30년을 근무한다고 볼 때 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설적인 별시를 통해 급제한 자를 더하면 과거 합격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이익은 이 같은 자료를 근거로 "관료 예비군이 넘쳐나고 있다.

이렇게 과거 합격자가 양산되고, 대기자가 늘어나면 관직매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거 합격자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문벌과 당파간의 밥그릇 싸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기득권자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후발 주자를 배제하는 경우가 잦아 새로운 인물을 등용해 나라를 이끌겠다는 과거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는 또 있다.

실학자 정약용은 "과거시험 과목인 시(詩), 부(賦), 송(頌)과 논문인 책(策)이 행정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하고 "경서와 사책만 달달 외워 합격한 사람이 정사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이제라도 오로지 시험용 지식검증을 중단하고 실제로 나랏일을 보는 데 도움이 되는 시험과목을 택하라"고 주장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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