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양성·선발제도의 대안인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이르면 2007년부터 대학에 설치될 전망이다.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의 논의 속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로스쿨 설치법안'을 제출할 준비에 들어간 것. 사법개혁위원회도 로스쿨 세부안을 마련해 본회의 논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로스쿨은 독일, 프랑스 등 이른바 대륙법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법체계에 미국식 제도를 가미한다는 점, 법조인 대량 증원 등 법 체제에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설치할 대학, 첫 해 입학정원 등 자체적인 논란거리도 안고 있다.
◇로스쿨의 필요성 찬반
로스쿨(law school)이란 대학 졸업자가 3년 안팎의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나면 자격시험을 통해 대다수가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한 뒤 이들 가운데서 법관을 임용하는 제도. 현재의 사법시험처럼 '시험'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선발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법시험만 합격하면 학력과 전공에 관계없이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고 정년이나 폐업 때까지 신분과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변호사들의 취급 분야도 제한이 없어 개념도 잘 모르는 사건까지 맡는 일이 생긴다.
반면 미국에서는 반드시 학부 전공을 마치고 대학원 과정에서 판례 중심의 법률교육을 받고 로펌에서 수련과정을 거친 뒤 전공 분야를 선택해 법조인으로 종사한다.
어느 쪽이 전문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자명하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 법률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로스쿨 제도 도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설치에 대해 동의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반대 입장에서는 막대한 교육비용, 변호사 양산에 따른 상업화, 소송만능주의 득세 등의 부작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변호사 수 증가에 따른 소득 감소나 사회적 지위 하락 등 변호사들의 이기주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도입에 따르는 문제점
사법개혁위원회와 정치권이 제시하는 로스쿨 형태는 대동소이하다.
로스쿨은 일정한 수준의 물적·인적 기반을 갖춘 대학 6~7곳에 설치하되 입학 정원은 200명 이하, 응시횟수는 제한된다.
사법시험을 대체할 변호사 자격시험은 로스쿨 수료자에게만 부여하고 80% 이상 합격할 수 있도록 하되 역시 응시횟수는 제한된다.
▲로스쿨 열풍=법조인이 되는 통로가 기존 사법시험에서 로스쿨로 대치되면 전공에 관계없이 뜨거운 고시 열풍은 자연스럽게 로스쿨 입학 열풍으로 이어질 전망. 로스쿨에 입학하면 사실상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2년의 연수기간을 거치면 법조인이 되는 데 비해 3년의 로스쿨을 마친 뒤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다시 현장 연구과정을 거치는 긴 코스는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 따라서 지금처럼 여타 계열에서 법조인이 되려는 열기는 어느 정도 식을 것으로 보인다.
단, 법학 관련 학과들의 경우 사법시험처럼 로스쿨 입학생을 배출하기 위해 커리큘럼이나 수업 등이 여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은=2007년 로스쿨이 설치된다고 해도 첫 변호사 자격시험은 3년 후인 2010년에나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는 현재의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
기존 사법시험 준비생들과 법학과 재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로스쿨을 설치한 일본도 신사법시험은 2009년쯤에나 치를 예정이다.
▲몇 개 대학, 어느 대학에=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숫자를 현행 사법시험 합격자 수인 1천명선에 맞추려면 로스쿨 입학 정원은 1천200명 수준이 될 전망. 현재 법학과가 설치된 대학만 해도 전국에 97개나 되는데 이 중에서 6~7곳을 선정하려면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하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이미 로스쿨 설치 준비에 들어가는 등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다.
대학들의 과도한 유치 경쟁을 우려해 로스쿨을 양적으로 늘리려면 심각한 문제가 수반된다.
일본의 경우 올해 문을 연 법과대학원은 68곳으로 신입생만 5천700여명이나 된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올해 1천500명에서 3천명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해마다 3천명 가까운 대학원 졸업자들이 남아돌 수밖에 없는 것.
▲비싼 수업료=로스쿨이 도입되면 입학생들은 어떨 수 없이 대학원 과정의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로스쿨 등록금은 학기당 500만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자체의 물적·인적 투자뿐만 아니라 실무교육을 위한 판·검사, 변호사 초빙 등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별도의 외국어 공부 비용도 추가된다.
로스쿨이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만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도 성공을 위한 과제
로스쿨 도입의 핵심은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자질이나 역량에 관계없이 사법시험만 합격하면 법조인이 돼 평생을 별다른 연구도 없이 호의호식하는 지금의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이다.
여기에는 로스쿨이 현재의 대학이나 대학원, 사법연수원 이상의 교육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요구된다.
일정한 시설과 교수 일인당 전임교수 숫자 등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법률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로스쿨에 대한 요구가 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사법시험 중심으로 짜맞춰지는 대학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법시험에 쏠리는 인력 낭비를 없애는 길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일종의 구조조정이 눈앞에 닥친 전국 법과대학과 대학원도 로스쿨 제도를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로스쿨 설치와 유지, 시험제도 정비 등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 있다.
로스쿨을 경제력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혜택 집단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로스쿨이나 입학자에 대해 합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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