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패션밸리'사업순항 예고

수도권은 물론, 대구 사회 내부에서도 '된다, 안된다', '하필 도심에서 떨어진 봉무동이냐' 등의 논란이 치열하게 일었던 '패션어패럴밸리(이하 패션밸리)' 조성사업. 대구를 단순 섬유산지에서 패션첨단도시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로 시작된 이 사업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등으로부터 비현실적 사업이라는 진단까지 받으면서 또다시 추진 가능성 여부와 관련, '물음표'를 따라붙이고 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인 대구시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패션밸리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진단'은 확인결과,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 결과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방의 사업에 대한 중앙의 '딴지걸기'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패션밸리가 빠른 시일내에 정상궤도에 안착, 지방의 혁신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실태와 전망을 짚어본다.

◇과연 현실성 없나?

KDI 등이 기획예산처의 의뢰로 수행한 용역결과 가운데 패션어패럴밸리 부분을 보면 '해외 기업유치를 통한 분양가능성이 저조하다'는 것과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사업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지역의 발전단계를 볼 때 대구는 직물.염색에 치중해야하고 패션밸리를 통한 패션산업 육성이 어렵다는 것. 패션밸리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지방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KDI 등은 판단했다.

하지만 주거단지(7만3천평) 개발의 경우, 이미 미국 JPDC사가 개발사업자로 나서겠다는 투자의사를 확정, 곧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며 대구시에 따르면 미국 일부 회사가 산업단지(28만평)도 통째로 개발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혀와 향후 민간투자 유치 전망이 밝다는 것.

패션밸리 사업은 이미 2000년부터 밀라노프로젝트 지원예산으로 3년동안 집행된 국비지원분 700억원 이외에는 전액 민간자본으로 개발재원이 충당될 예정이어서 향후 국비지원은 물론 지방재정 투입여지도 없다.

결론적으로 KDI 등의 보고서는 지방재정이 투입되는지 여부도 알지 못하면서 만들어진 셈이다.

이 연구용역을 수행한 박준경 KDI 선임연구원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은 지방재정이 투입될 경우, 그렇다는 얘기지 민간자본으로만 사업이 추진된다면 조성사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여희광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현재 일부 연구기관 등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면 패션은 서울에만 된다는 논리를 전제로 현실성이 없다는 악의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그렇다면 지방은 영원히 패션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꿈꿀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며 대구가 패션밸리를 한다는 것은 뒤떨어진 분야를 우리 힘으로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패션밸리 사업의 핵심은 민간자본 유치다.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지원 한푼 없이 순수 민간투자로만 개발재원이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향후 민자를 어떻게 유치할 수 있는지가 사업 추진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KDI 등의 원점 재검토 주장은 사실상 주목할 가치가 없는 셈이다.

현재 개발작업이 진행 중인 주거단지 사업은 큰 걸림돌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업자로 나설 JPDC가 우리나라 특유의 '선분양 후시공' 방식과 관련, 투자금 회수가 쉽다며 사업조건을 좋게 본다는 것이다.

현재 주거단지 개발예정지에 문화재가 다량 출토돼 문화재 발굴 작업으로 인해 개발기간이 1년여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JPDC 측은 이 부분도 사업을 포기할 만한 변수는 아니라고 밝혔다.

주거단지 개발 이후 조성에 들어가게되는 산업단지 부분은 현재 개발사업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지만 대구시는 내년부터 투자유치단이 나서 투자자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시는 현재 패션관련 상업시설, 호텔, 공장 등이 들어선다는 세부계획의 경우, 어떤 개발사업자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인 만큼 장기적 투자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민간사업자 유인효과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미국 전문가 등을 초빙해 평가한 결과, 패션밸리가 대구공항 및 동대구역과 인접해있고 팔공산.금호강 등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후로 하는 데다 도동IC(대구~포항 고속도로)와 연결돼 개발가치가 뛰어나다는 결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영렬 산업자원부 섬유패션 사무관은 "토지보상 지연에다 문화재 발굴 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 패션밸리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구의 패션밸리 사업은 성공적인 민자유치를 통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지역민들 스스로 '그것 되겠느냐'라는 생각보다 '이것은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라는 인식하에 한마음으로 추진해줘야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문영 계명대 패션학부 교수는 "패션이 서울에만 된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으며 패션밸리 조성을 통해 지방에도 특화를 이룬다면 충분히 패션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며 "대구가 섬유산지인만큼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5일제 근무.웰빙 바람을 타고 새로운 패션으로 떠오른 스포츠웨어 등을 특화한다면 세계적인 패션타운으로 충분히 자라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탈리아 피렌체는 작은 도시지만 세계적 패션 전시회로 유명하다며 '이 도시는 되고, 저 도시는 안된다'식의 논리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패션어패럴밸리 사업은=지난 1999년 밀라노프로젝트 16개 사업 가운데 하나로 시작. 시는 동구 봉무동 일대 35만여평에 고급 주거단지(7만여평)와 패션관련 산업단지(28만여평.상업시설 및 공장)로 구성되는 패션밸리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우선 주거단지 조성을 시작했다.

이 달 현재 주거단지에 대한 토지보상, 향후 교통수요에 대비한 팔공로 확장 등에 850여억원이 투입됐다.

850억원 가운데 700억원은 국비, 150억원은 대구시가 일단 '공단특별회계'에서 전용해 사용했다.

150억원은 향후 민간투자에서 회수될 예정으로 대구시 재정부담은 없다.

시는 향후 산업단지 부분은 선분양을 통해 이 자금을 바탕으로 토지매입을 할지, 파이낸셜 프로젝트(금융권이 개발비용을 선부담 후 나중에 이익금 환수) 방식으로 할지 등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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