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옌타이.대구와 정부 지원

얼마 전 국회 한민족통일연구회원들과 함께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시(烟台市)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찾았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만난 한국 기업들의 오너들은 한결같이 "다시 귀국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기업하는 환경이 한국과 중국, 대구와 옌타이가 너무 다르다는 말이었다.

또한 한 대기업 간부는 "중국의 공무원들은 외국기업이 사업 투자 계획을 밝히면 발벗고 나서 자신의 일처럼 공장 설립 허가에서부터 준공, 세금 감면 혜택까지 손놓고 기다리기만 해도 알아서 처리해 준다"고 말했다.

옌타이시는 최근 세계 100대 도시로 선정되는 등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성장과정에서 중앙정부는 토지의 무상임대(중국의 토지는 전부 국공유지)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의 이같은 현실을 우리나라 특히 대구시가 겪고 있는 일들과 비교해 봤을 때 너무나 대비가 됐다.

대구의 경우 최근 지역의 대형 현안이 중앙정부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포스트 밀라노 프로젝트와 한방 바이오 산업 등에 대해 정부의 용역보고서가 부정적인 견해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사업들은 지역 경제 회생과 특화 사업 진흥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 하에 기획됐던 사안이다.

지금에 와서 이에 대한 정부의 용역결과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업 추진 주체가 스스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시인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 사업 추진 단계에서의 타당성 조사에서는 충분한 발전상을 예견했다가 갑자기 사업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지역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은밀히 추진했던 점도 석연치가 않다.

정부는 뒤늦게 사업 추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화를 시도하고 나섰지만 김은 이미 빠져 버렸고 지역에서는 풀이 죽었다.

불만의 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지역에서 애를 써가며 하는 일에 역성을 들어줘도 시원치 않을 판에 발목을 잡는 격이 된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 도와주는 성장도시 옌타이와 정부가 앞장서서 '훼방'놓는 듯한 대구를 비교해 보면서 두 지역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될지 짐작을 가능케 해 씁쓸하다.

박상전기자 ps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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