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오심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신예 정지현이 예상밖의 금메달을 따내 침체된 한국팀의 메달전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정지현도 체조의 양태영처럼 심판의 오심 때문에 자칫했으면 금메달을 따지 못할 뻔했다.

어제 새벽 열린 아제르바이젠의 비탈리 라히모프와의 2차전에서 주심의 오판으로 정지현이 궁지에 몰렸다가 감독과 임원들의 강력한 항의로 바로잡았던 것.

◇ 정지현은 1라운드 종료 직전 라히모프에게 역습을 당해 2대3으로 역전패 당할 위기에 몰렸다.

이때 한국 감독이 뛰어나가고 관중석의 임원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라히모프의 발이 매트 밖으로 나갔었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

다행히 심판장이 이를 수용, 경기장 공식 비디오를 판독한 결과, 한국의 항의대로 라히모프의 발이 나간 사실이 확인되고 득점은 무효화됐다.

◇ 정지현과 같은 급에 출전한 일본의 사사모토 는 예선 최종전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불가리아의 나자리안과 한판을 벌였다.

사사모토는 경기 종료직전 안아 넘기기로 역전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5대3으로 졌다.

경기후 나자리안이 반칙을 했다는 일본측의 이의 제기로 비디오를 판독했으나 불행하게도 비디오에는 문제의 장면이 잡히지 않았다.

일본측은 자체 촬영한 비디오에 반칙이 잡혀 있다며 발을 굴렀으나 무위였다.

◇ 양태영의 오심파동은 장기전이 된 듯하다.

스포츠중재재판소 제소 과정이 남아 있으나 금메달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제야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등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으나 결국 심판의 자질 문제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 팬들의 분노도 쉽게 풀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항의와 표현이 스포츠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 지난 2002년 발생한 오노 사건이 한국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반미감정을 촉발시켰던 적이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오노의 반칙이 밉살맞긴 했지만 그것을 잡아내지 않은 심판의 책임이 더 컸던 것이다.

양태영을 제치고 금메달을 딴 폴 햄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며 "우리 가족은 우리 생애 가장 기뻤던 날이 슬픔으로 바뀔 때 폴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햄도 오심의 피해자인 셈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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