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문고 14현으로 '재탄생'

경북도립국악단 이성원씨 개량화 성공

거문고는 예로부터 '백악지장'(百樂之丈) 즉 모든 악기의 으뜸으로 일컬어져 왔다.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붙여 만든 울림통 위에 꼬은 명주실 6줄을 매고 술대로 쳐서 내는 그 소리는 깊고 운치가 그윽하다.

거문고는 그러나 음량이 작고 음폭이 비교적 좁아 국악 관현악이 많이 시도되는 요즘 들어서는 옛 명성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독주악기로서는 가야금과 더불어 아직 그 위치가 굳건하지만, 다른 악기와 어울려야 하는 관현악에서의 입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전공자들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경북도립국악단의 거문고 수석연주자인 이성원(40)씨가 최근 개량 거문고를 내놓아 음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통 관현악과 현대 창작음악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도록 음역을 대폭 확대하고 음량을 키운 형태로 개량한 것이다.

우리 악기에 대한 개량 작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지만, 거문고의 경우 개량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16개의 높고 낮은 프렛(fret) 즉 괘가 있는 거문고는 세계 현악기 중 가장 높은 6㎝의 프렛을 갖고 있다.

이처럼 특이한 개성을 지닌 악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국악기 개량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한 북한도 거문고만은 개량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에서는 구윤국 경북대 국악과 교수가 7현 거문고를 손수 만든 바 있으며 추계예술대 이재화 교수가 7현금과 8현금, 10현금을 발표했었다.

이성원씨가 개량한 거문고는 6줄의 전통 거문고 기본줄에 아래 6현, 위 2현 등 총 8현의 화음줄을 추가한 14줄 짜리이다.

줄이 8줄 늘어나다 보니 울림통도 24현 개량 가야금 크기로 커졌다.

이에 따라 가야금에 버금가는 음량을 낼 수 있게 됐으며 술대 소리도 없어지고 음계 선택이 용이해졌다는 장점이 생겼다.

이씨의 개량 거문고는 명주실과 부들이 그대로 활용되는 등 전통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줄을 얹는 기점인 현침을 기본 1개 이외에 계단식으로 4개 더 추가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성원씨는 "14현 개량 거문고의 경우 전통 주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미 1998년 11현 화음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특허까지 받았지만, 연주법이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출시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번에 개발한 14현금을 난계국악기제작촌(충북 영동 소재) 현관악기 공방(대표 조준석)에 제작을 의뢰했는데, 현관악기 공방을 통해 다음달부터 전국 국악관현악단과 대학 등에 14현 개량 거문고와 11현 화음금을 납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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