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밖에서 배운다-동물들의 겨울 준비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로 들어선 느낌이다.

얼마 안 있으면 추석이다.

한가위를 전후해 사람이든 동물이든 겨울나기 준비에 들어간다.

특히 동물들에게 가을은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제 더위가 한 풀 꺾였을 뿐인데 겨울 준비를 하느냐며 의아해 하는 아이들과 함께 가창 냉천자연랜드를 찾아갔다.

오병모(44) 동물사육사가 전해주는 동물들의 겨울나기 준비를 들어보자.

◇준비 1 - 털갈이

가창 자연랜드에선 앵무새를 비롯한 조류와 꽃사슴, 원숭이, 물개, 고라니, 면양 등의 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들 동물들은 종이 달라 겨울을 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오병모 사육사는 "포유동물의 경우 이맘 때 쯤부터 털갈이를 합니다.

여름엔 털이 가볍고 겨울보다 밝은 빛을 띠는 털이 듬성듬성 나지만 가을부터는 어두운 색을 띠고 아주 촘촘한 이중털이 생겨납니다"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한 아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라고 되묻자 오 사육사는 "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관찰하는 방법이 있고, 이런 동물원에 오면 꽃사슴이라든가 염소나 양 종류를 살펴보면 돼요. 여름에 나 있던 털과 지금 생기는 털이 같이 있기 때문에 쉽게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꽃사슴의 경우엔 밝은 얼룩은 여름에 생긴 털이고 조금 거무스름한 얼룩은 가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면 됩니다.

◇준비 2 - 무조건 먹어두기

겨울나기 준비에서는 역시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추석 전후로 해서 들판이나, 야산의 곳곳에서 열매를 모으고 또 많이 먹어둔다고 한다.

"많이 먹고 살갗 밑의 지방을 두텁게 해 둡니다.

열매는 대개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에너지로 쓰고 남는 것은 간과 근육에 당분의 성질을 가진 글리코겐 상태로 저장되고, 또 지방으로 축적해서 나중에 조금씩 써 가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

생화학적인 설명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밥이나 설탕 같이 단 것을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되죠? 이 때 밥이나 설탕이 바로 탄수화물이란 거예요. 특히 동물은 스스로 탄수화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녹색 식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녹색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녹말, 즉 탄수화물을 만듭니다.

" 설명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 3 - 장소 옮기기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추운 곳을 피해 보다 따뜻한 곳으로 장소를 옮기는 것이다.

철새들이 그렇고 또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그렇다.

대개의 곤충들도 고치를 이용해서 나뭇잎과 사이, 땅속 등으로 장소를 옮겨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개구리, 뱀, 거북, 고슴도치, 곰, 박쥐 등이다.

설명 중에 한 아이가 물고기도 겨울잠을 자느냐고 묻자, "잉어, 붕어,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들도 겨울잠을 잔다"는 설명. 아이들의 눈은 더욱 커졌다.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죽음 직전의 상태까지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몸 속에 저장해둔 지방을 이용해서 아주 약하게 심장 박동과 호흡을 유지한다.

체온은 주변기온과 비슷한 2℃까지만 유지하고 에너지 소비도 평상시의 2~10%로 줄인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김경호(체험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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