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국보법을 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가보안법 위헌여부의 해석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위헌이든 아니든…"이라며 최근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대한민국의 최고헌법수호기관의 국보법존치 결정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하고 나서 파장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행정부의 수장인 노 대통령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보법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은 국보법수호쪽에 서면서 국가기관들도 반쪽으로 나뉘었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이를 '국가정체성'문제로 비화시키면서 여야간의 이념대립구도도 격화되고 있다.
국보법폐지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심상치않게 전개될 경우, 정기국회를 개회한 여야는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할 대치정국으로 몰입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렇다면 헌법수호 의무가 있는 노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와의 정면충돌이라는 충격적인 방법으로 국보법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일까.
국보법논란은 당초 여권이 개혁입법의 하나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권고 등을 통해 힘을 받다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연이은 제동으로 개정론쪽으로 방향이 틀어진 상태였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기한 과거사청산작업도 주춤해진 게 사실이었다.
노 대통령은 국보법폐지론을 제기함으로써 개혁세력에 힘을 실어 과거사청산작업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이 강하다는 것이 청와대안팎의 시각이다.
즉 보수세력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과시함으로써 개혁세력의 분열을 수습하는 동시에 과거사 청산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국보법발언 이후 열린우리당 내의 분위기는 폐지쪽으로 급속하게 당론이 모아지고 있다.
당내논란이 이어지겠지만 개정론자들의 목소리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보법폐지주장은 남북정상회담 조기개최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정치권 한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던 터여서 주목되는 해석이다.
그러나 현직대통령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최고사법기관들이 불과 일주일여전에 결정한 국보법 합헌결정을 정면에서 무시하고 나섬에 따라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않다.
야당은 대통령이 헌법수호 의지를 포기한 것이라며 문제를 삼고 나섰다.
국민여론도 갈라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가세한 국보법개폐논란을 둘러싼 국론분열과 이념대결양상이 국정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향후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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