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변별력과 고교등급제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시안이 발표된 이후 10

여일 사이에 교육계는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논란 가운데 백미는 고교등급

제이다. 고교등급제란 대학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고교에서 어느 정도의 학생을 입학시켰으며, 이 학

생들은 대학 생활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느냐를

분석해 해당 고교 출신 지원자의 신입생 선발 전형

에 반영하는 것이다.

전국 대부분의 고교가 평준화 제도 아래 있고, 다

닐 고교를 추첨으로 배정받는 학생들에겐 기가 막히

는'연좌제'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일

부 대학은 공공연히 고교등급제의 불가피함을 이야

기한다. 입시계에서는 확인만 안 될 뿐, 이미 많은

상위권 대학이 사실상 고교간 격차를 반영하고 있다

는 풍문이 사실처럼 떠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따져보면 이유는 지원한

수험생이 그 대학, 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적성과

실력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이른바 변별력의 문

제로 모아진다.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이른바 변별력의 문

대학들은 새 입시제도가 수능도, 내신도 등급화하

면 변별력이 없으므로 학생을 어떻게 뽑느냐고 아우

성이다. 교육부는 수능을 통해 기초 자격을 검증하

고, 고교 6학기 동안 치러진 60여개 과목의 학력 등

급과 독서활동 등을 담은 학생부를 활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양쪽 다 타당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우리

대학입시제도의 질곡이 담겨 있다. 교육부가 오랫동안 학력이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수험생의 모든 것

을 판단할 수 있도록 대입제도를 유지해온 데서 비

롯된 총체적 오류인 것이다.

그동안 고교에서는 수능 점수에 목숨을 거는 입시

교육이 고질화했고, 내신성적 부풀리기라는 어처구

니없는 일까지 저질렀다. 대학들은 우수 학생의 기

준을 학력에만 맞춘 채, 정작 자기 대학'학과에 필요

한 인재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조

차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생이나 학부모도

객관적인 점수 외에 다소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면 도무지 납득하려 들지 않

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신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하

라고 하니 못 믿을 내신의

보충방안이랍시고 내놓는

게 고교등급제이다. 여기

에 본고사형 대학별 고사

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학들이 여전히 시험점수라는 안일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처방 역시 변별력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

다. 내신성적과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우선

할 일. 대학들도 이제는 학력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들을 연구하고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펼쳐진 새 입시제도와 고교

등급제에 대한 논란은 더 시끄러워질 필요가 있다.

교육부장관이 허겁지겁"서울대 총장이 안 한다 카

더라"는 식으로 덮으려 해서는 미봉책만 되풀이될뿐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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