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과 가족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주부들. 하지만 짬을 내 여가 문화 생활을 즐기려고 애쓰는 주부들도 적잖다.
지난 3일 한 찻집에 모인 주부들과 관계자들이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토크&토크
▨참석자
김현숙(42)씨=전업주부, 남매
박수경(37)씨=전업주부, 아들 1
이철우(37)씨=대구시립극단 기획, 딸 2
양윤경(25)씨=동아문화센터 태보 강사
-주부들의 취미, 문화 여가활동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운동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박수경=주부들이 다른 것보다도 가장 쉽게 꺼내는 말이 운동하러 다닐까 하는 얘기거든요. 저는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해 에어로빅, 태보, 수영도 하고… 골프 빼고는 거의 다 해봤어요.
▲김현숙=젊을 때는 보통 주부들이 집에서 하는 독서, 음악감상을 주로 했는데 지금은 애가 좀 커서 집에 있기보다는 운동 등을 하며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젊은 주부들은 어린애를 잠시 맡겨 두고서라도 열성적으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대요. 우리 때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는데 요즘 젊은 주부들은 우리와는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윤경=문화센터마다 오전 시간대에는 주부들이 대부분이에요.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는 태보의 경우 30, 40대 주부가 많고 50, 60대 주부도 좀 있어요. 운동도 태보나 에어로빅 경우 성격이 활달한 주부들이 많고 요가 등 정적인 운동은 성격이 차분한 분들이 많은 특성이 있어요.
▲박=운동하면 기분도 개운하고 상쾌하잖아요. 운동을 많이 하는 주부들은 2, 3일 정도 안 하면 몸살이 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죠.
▲김=솔직히 땀 흘리며 운동하다 보면 집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잘 풀리잖아요.
▲이철우=운동은 건강이나 몸매로 당장 보여지는 거니까 먼저 관심이 가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 관람은 하든지 안 하든지 별 차이를 못 느끼지만 정신적 건강이 좋아지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박=주부들은 약간의 시간과 여유, 기회만 있으면 뭐든지 다 하고 싶어하지 않겠어요. 요즘 주부들이 얼마나 현명한대요. 자신한테 투자하는 만큼 애들 잘 거두고 집안 일도 잘 챙기니 남편한테 큰소리 칠 수 있는 거지, 집안 일을 등한시하면 어느 남편이 가만히 있겠어요.
▲김=모든 게 시대 흐름과 맞아 떨어지니까 가능한 일 아니겠어요. 우리가 결혼했을 때만 해도 아내가 집에만 있기를 바라는 남편이 대부분이었잖아요.
▲이=저는 아내가 밖에 나가는 게 더 좋아요.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까 잔소리가 적어져서 좋던데.(웃음)
▲박=운동하면서 연극 공연 등을 보러 가자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이런 쪽으로는 관심이 덜한 것 같아요.
▲김=대신 무료 교양강좌를 많이 들으러 다녀요. 자녀교육 등 도움이 될 만한 무료 강좌를 기를 쓰고 찾아다니지요. 아줌마들은 공짜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쫓아다녀요.
▲이=아주 좋은 일입니다.
호텔, 모델하우스 행사에서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아줌마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문화와 접목한 무료 강좌들을 많이 열고 있지 않습니까.
▲양=요즘 잘 먹고 잘 산다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 과거보다는 주부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이 찾아다니는 편인 것 같아요. 특히 무료 공개강좌는 주부들의 참여도가 높아요.
-그래도 결혼 전에는 영화나 공연도 자주 보러 다니셨을 것 같은데….
▲김=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유료 공연은 거의 피하는 편이에요. 애들 공부시키기도 힘든데. 그게 현실이거든요. 저 자신을 위해 한 달에 몇 만원 투자하는 것도 다른데 아껴 쓰며 마련하는 건데요.
▲박=지난달 성주의 한 숲속에서 연극, 탈춤, 에어로빅 등 소규모로 공연하는 걸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이=그렇게 자꾸 접하다 보면 계속 보게 되거든요. 누구에게나 문화적 욕구는 있어요. 지난해 U대회때 좋은 공연을 무료로 여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렸잖아요. 그런데 직접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는 아직 절실하게 못 느끼는 게 현실이죠.
▲양=요즘은 축제성 행사를 많이 열잖아요. 포스트-U 문화공연, 약령시 축제, 달구벌 축제 같은 행사는 가족 단위로 가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백화점에서도 홍보 차원에서 공연을 많이 하니까 주부 회원들에게 전화해 알려드리기도 해요.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를 열심히 쫓아다니는 주부들도 있잖아요.
▲이=얼마전 가수 이승철 공연에 가보니 아줌마들이 많이 있더군요. 나훈아 공연도 아줌마들에게 인기가 높잖아요.
▲김=저는 저녁에 시간이 좀 나면 남편과 가까운 데서 열리는 문화행사를 보러 다니는 편이에요. 자장면 한 그릇 사먹고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티켓 살 돈만 되면 바람도 쐬고 데이트해요. 이것도 애들이 크니까 가능한 일이죠.
-부부가 같이 문화·취미생활을 하면 좋지 않겠어요.
▲박=그것도 부부가 취향이 서로 비슷해야 가능할 것 같아요.
▲이=결혼 전에는 그래도 2, 3달에 한 번씩은 봤는데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 영화를 본 게 2, 3편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군요. 그런데 요즘은 나이 든 부부가 함께 영화관을 찾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양=부부가 함께 강좌에 참석하기도 하는데 남성 회원이 별로 없으면 한달 하다가 그만 두는 남편들이 더러 있어요.
▲이=아내와 한 번씩 밖에 나가 걸어다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남편들은 누구나 한 번씩 그런 걸 느낄걸요. 아내와 자연스럽게 만나고 밖에 나가는 시간이 많아져야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곗돈을 넣어서라도 공연을 한 번씩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체는 물론 정신 수양도 해야죠.
▲양=제가 알고 있는 분도 신년회, 송년회 등 1년에 2번 정도 공연을 보면서 계모임을 가지더라고요.
▲이=8, 10가족씩 공연을 보는 가족 모임도 있대요. 한 기업체 사장은 공연 티켓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보라고 나눠주기도 하더군요. 어떤 주부는 다른 애들도 봤는데, 하는 경쟁의식으로 아이에게 공연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어떻게든 경험하는 기회가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의 기본이 갖춰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회·정리=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사진: 주부들이 곗돈을 모아서라도 공연 관람 등 여가 문화 생활을 찾아 나서려고 하는 마음자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의견을 모은 참석자들. 왼쪽부터 박수경, 김현숙, 이철우, 양윤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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