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파업이 40일째를 넘어서고 있
다. 1조5천억원에 이르는 부채에다 매일
1억원의 운영적자를 내면서도 승객 수송
률이 4% 대에도 못 미치는'애물단지'가
파업까지 하고 있다. 대구 최대의 불행
인'지하철 화재 사고'의 악몽이 가시기
도 전에, 또 부실한 운영으로 인한 적자
를 시민들의 지갑에 떠넘기고 있는 지하
철공사가 또다시 시민의 발목을 잡고 있
다. 이미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파
업 종식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서
울 등 타 지역의 지하철 파업도 한 달 전
에 타결되었는데, 왜 유독 대구지하철만
이 극단적인 노사 대결로 가는지 정말 이
해하기 힘들다. 지하철화재사고의 악몽
을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난 대구지하철
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시민들
에게 보여주는 것이 겨우'전국 최장기간
파업'이라는 말인가. 오히려 대구지하철
이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노사협상으
로 시민에게 보답하는 것이 공사의 도리
일 텐데 말이다. 이럴 바엔 적자투성이
애물단지 지하철을 덮어버리고 차라리
그 돈으로 대중교통 체계 개선과 시민에
대한 교통비 보조금으로 사용하라고 권
고하고 싶다.
그러나 내년 9월 지하철 2호선이 개통
되는 마당에 지하철을 포기하기는 어려
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지하철파
업도 내년 개통되는 2호선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노사간의 견해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다. 사건의 단초는 지하철 적자를
최대로 줄여보려는 지하철공사 경영진과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인력감소, 임금인
상, 민간역사 운영반대를 내건 노조와의
의견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지하철 적자를 최소화하
려는 공사경영진의 의견은 타당한 것이
다. 아울러 노조가 주장하는 필요한 인
력 충원에 대한 의견도 존중될 필요가 있
다. 핵심적인 사안은 인력충원의 규모와
인금 인상 비율, 그리고 민간역사운영 방
식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지
하철 노조는 실제로 과다한 요구를 한 것
이 사실이다. 비록 협상용 카드라 할지라
도 30%의 인력 증원과 과다한 임금인상,
그리고 무조건적인 민간역사 운영방식의
거부는 적자 재정 책임에 시달리는 경영
진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이다. 게다가
협상이 결렬되자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
고 경영진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 외부
세력과의 연계, 지역 정치가 압박, 물리
력 동원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파업 행
태는 이들이 과연 적자 공기업의 직원인
가를 의심할 정도이다.
지하철공사의 경영진에게도 과오는 있
다. 지하철공사의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
은 가상하나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항을
노조에게 통보하고 이에 대한 협상의 여
지를 거의 배제한 것은 노조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향후 좋은 노사관계
형성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
다. 게다가 노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
을 건드리는 행동과 발언을 하지 말았어
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안 지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성공적인 협상을 위한 기
본은 노사간 협상은 협상 조건에 관한 예
의바른 논의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유
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
한 원색적 비난과 물리력을 동원하게 되
면 협상은 더욱 어렵게 되고 감정적 앙금
이 남아 나쁜 노사관계가 계속될 가능성
이 커진다. 듣기로는 지하철노조에서도
파업이 이렇게 길게 될 줄은 몰랐으며,
적당한 수준에서 협상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따라서 문제는 협상의
내용보다는 협상의 기술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 점이 많다. 협상의 기술이 잘 발
휘되기 위해서는 타협 가능한 대안도 마
련돼야 한다. 노조는 임금인상안을 철회
하고, 공사는 징계대상자를 최대한 구제
하며, 향후 필요한 인력 충원의 규모와
민간역사운영 및 정비 용역 방안에 대해
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시민중재위원회
를 구성하여 투명하고 솔직한 토론을 거
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으면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지하철공사 노사는 대구시
민 앞에 크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당연히 그 반성의 핵심은
'나는 시민들이 마련해 준 봉급에 보답하
는 일을 하고 있는가'이어야 한다.
전 영 평대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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