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오페라 축제의 아름답지 못한 소리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총사업비 9억원이 투입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대구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단일 문화행사이다. 그러나 참가 민간오페라단 선정 결과를 놓고 대구의 한 작곡가 단체가 이의를 집중 제기하면서 이 축제는 풍랑에 시달리고 있다.

이 작곡가 단체가 이의를 제기하게 한 단초는 조직위와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이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심사를 통해 참가 오페라단을 선정하겠다고 대구지역 6개 민간오페라단에 통보해놓고 정작 심사를 하지 않은 채 후발 오페라단 두 팀을 고른 것이 잘못 끼운 첫 단추였다. 뒤늦게 조직위가 집행위를 통해 이를 추인하고 재심사를 거쳐 당초 방침을 재확인하는 등 절차 보강에 나섰지만 작곡가 단체의 반발은 커져만 갔다.

이 문제는 조직위와 작곡가 단체간에 감정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소모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작곡가 단체와 조직위가 세운 대립각의 이면에서 서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작곡가 단체는 문화권력화하고 있는 일부 조직위원의 전횡이 이번 파문의 원인이라고 의심한 반면, 조직위 측은 작곡가 단체 측의 행보가 사적 감정이 개입된 흠집내기라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전말이야 어찌됐든 주최 측은 민간오페라단 선정 문제를 둘러싼 시비에 휘말리며 지난 몇 달 동안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축제 성공을 위해 피치를 올려야 하는 중대한 시간을 허송 세월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양측의 대립은 최근 많이 누그러든 상태이다. 오페라축제 개최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음악계에서 내는 파열음이 축제를 망치고 판 자체를 깰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압박이 작용한 듯하다.

분열은 조직위 내부에도 있었다. 지난달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있은 조직위 임시회에서는 위원들간의 감정 섞인 공방이 오갔다. 조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일부 오페라단장이 자신의 단체가 떨어졌다는 반감 때문에 조직위 내부 자료를 외부에 흘리고 나쁜 소문을 퍼뜨려 사태 악화에 일조했다는 성토가 터져나왔고,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결국 이날 회의는 오페라축제 성공을 위해 모두 합심하자는 선에서 봉합됐다.

대구 음악계는 왜 이렇게 시끄러우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음악인들로서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만한 기회도 없다. 대구음악계 전체를 보는 음악인들의 대승적인 자세가 아쉽다. 잘잘못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최 결과를 놓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싸운다면 결국 인재는 외부에서 빌려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김해용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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