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민박집 관광객 꽉 꽉 채우기에 골몰한 전라남도가 소위 '민박 인터넷계'를 만들어 놓고 민박집에 새 이부자리 사주고 방충망 달아주고 등등 난리를 피웠으나 도무지 효과가 없었다.
고민 끝에 머리를 굴린 아이디어가 "화장실을 바꾸자"였다.
화장실 안 고치면 민박집에 한푼도 지원 안하겠다는 도당국의 엄포(?)에 1천500개 민박집 중 600곳이 수세식 또는 좌변기로 고쳤다.
75억원이 들었다.
대성공이었다.
예약이 쇄도했다.
농촌관광객들의 고민은 바로 '화장실'에 있었던 것이다.
◇관광객들의 이 고민거리 하나 찾는데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수십년 걸렸다.
저출산율이 국가의 '재생산 능력'을 위협하자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출산장려법을 추진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셋째 아이부터 몇 십 만원씩 준다는 식이다.
아니, 아이는 부부가 만드는 것이지 법이 만드는 것인가? 지난해 우리의 가임여성(1천375만명)은 2만7천명이나 줄었다.
출산모의 평균 연령도 30세다.
결혼 2년안에 첫 아이 낳는 비율도 73%로 10년 전보다 10%나 떨어졌다.
법을 고쳐도, 정책을 바꾸어도 제대로 고치고 바꾸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바로 '아이생산' 문제다.
◇민박집 화장실 고치기처럼 우리 출산정책의 모순은 곳곳에 널려있다.
한 예가 정관수술이다.
아이를 낳자면 묶은 정관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묶을 때는 2만원 받아놓고 풀어달라니까 병원에서 30만원 달라고 한다.
출산을 원천봉쇄하는 '수도꼭지 잠그기'에 40억원(연간 9만명)을 털어넣고는 아이를 낳으라니?
◇미숙아란 2.5㎏이 안되는 아기다.
이런 아이가 지금 신생아의 8%다.
석달 치료하는데 육 칠백만원이 든다고 한다.
1.5㎏ 이하의 저체중아라면 수천만원이 든다.
돈없는 부모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 살려내지 못하는 게 우리 정책이고 법이다.
출산방해법이다.
◇오늘 아침, 자녀를 둔 기혼자가 무는 근로소득세와 공적연금 등의 부담률이 임금의 6.2%로 독신자와 겨우 0.6%포인트 차이밖에 안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와중에 출생성비(性比) 불균형이 또다시 커지고 있다는 어두운 뉴스까지 겹쳐왔다.
'아이 안낳기' '하나만 낳기' 풍조가 '첫 아이 성감별' 바람을 몰고온 것이다.
이 모순 어찌 법으로만 해결될 일인가.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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