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0여평에 컴퓨터는 15대에 불과하지만 우리 장애우들에게는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쉼터요, 교류장소이자, 넓은 세상을 만나고 희망을 키워나가는 소중한 공간이랍니다.
"
경산시 삼북동에 있는 경산시 장애인정보화지원센터. 센터장 이범식(李汎植.41)씨와 장애우들에게 이곳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1985년 당시 22세이던 이씨는 전기공으로 일하던 중 감전사고로 두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어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사고 후 처음 6년간 고통과 절망 속에 자살까지 생각했다.
7년째 되던 어느 날 간밤에 내린 하얀 눈을 보며 백지 위에 새 그림을 그리듯 뭔가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성한 한쪽 발 발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발바닥으로 마우스를 굴렸다.
"컴퓨터를 배운 지 10년이 넘은 지금, 처리속도는 엄청나게 증가했고 사용자 편의위주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전용선 보급 등 눈부신 발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과 저소득층은 정보화시대의 소외계층으로 남아있고, 그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 정보화시대의 수혜 대상은 장애인과 저소득층이 돼야 한다고 믿는 이씨는 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센터를 열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경기가 어려워 협조를 받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장애인방문 정보화 강사 동기인 경북도청 정태식씨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비록 중고이지만 컴퓨터를 한두 대씩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컴퓨터 15대와 프린트를 갖추었고, 지난 달엔 이사도 했다.
요즘엔 하루 평균 20여명의 장애우들과 저소득층 주민들이 이곳을 찾는다.
교육은 모두 무료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안마사 청년, 예전에 제법 큰 미용실을 운영했다가 한쪽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 아줌마, 공사장에서 떨어지며 다리를 크게 다쳐 장애인이 된 40대 아저씨, 화상을 입은 60대 청각장애인 아저씨 등. 20대 청년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나이와 경력을 지닌 사람들이 찾는다.
이 센터장을 비롯해 전문 외부강사 등 4명이 컴퓨터 기초활용부터 수리, 그래픽 디자인을 강의한다.
중고 컴퓨터를 기증받은 뒤 이를 업그레이드해 중증장애우들에게 무료로 공급한다.
장애인일수록 방안에 가만히 있지만 말고 새로운 세상, 정보의 바다를 접할 수 있는 이곳으로 오라고 권한다.
"정부나 각종 단체에서 장애우들에게 컴퓨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지만 사후 관리는 엉망입니다.
유지비가 없어 사용을 못하거나 고장이 나도 고쳐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한달 평균 컴퓨터 수리 의뢰는 10여건. 대부분 장애우들이라 부품값만 받을 수밖에 없어 센터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이 센터장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듯 이 센터에서 배운 기술로 수리팀과 그래픽팀이 수익을 창출해 20여명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자활자립의 보육장을 만드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주위에서 따스한 눈길로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문의 = 053)816-5708.
경산·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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