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유망직종으로 인정 받아요"

"환경미화원요? 이보다 안정된 직업이 있습니까?.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직종으로 뜨고 있어요."

포항시청 환경미화원 이태근(24)씨는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환경미화원도 이제 유망직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환경미화원이 젊어지고 있다. 포항시청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환경미화원을 공채로 선발했고, 지난 17일에는 공채 2기생을 모집하기 위한 실기시험을 포항종합운동장에서 가졌다. 28명 모집에 무려 375명이 응시, 환경미화원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달라진 세태를 실감할 수 있다.

환경미화원 공채모집 방침이 정해지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젊어졌다는 것. 공채 1기생 70% 이상이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신세대들이다. 학력도 최하가 고졸이고 전문대생, 4년제 졸업생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손수레를 힘겹게 끌며 시내 곳곳을 누비던 과거 환경미화원들과 달리 신세대 환경미화원들은 귀고리에 머리는 염색하고 청바지 차림에 MP3 음악을 들으며 일한다.

날씨가 더우면 선글라스에 선탠 오일을 바른다. 신혼의 김모(30)씨는 자신의 근무지에 부인과 함께 나와 데이트를 즐기며 청소하는 실속파다. 여가선용도 신세대답다. 1기생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이태근씨는 "취미로 수영을 즐기며, 앞으로 골프도 배울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은 체력 단련을 위해 일과 외에 수영이나 헬스, 인라인을 즐긴다. 이근형(26)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쑥스럽고 일도 몸에 배이지 않아 후회한 적도 있지만 정년까지 보장되는데다 임금도 높아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환경미화원이 된 후 예쁜 여자친구도 생겨 조만간 결혼할 것이라는 이근형씨는 "고정 관념 때문에 미화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지만 앞으로 이런 편견은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씨는 결혼을 앞두고 최근에는 부업으로 고물이나 폐품까지 수집하며 용돈을 벌고 있다고 귀띔했다.

환경미화원이 된 후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허남욱(30)씨는 "아직까지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이나 동기생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매월 100만원 이상씩 적금을 들며 여가 생활도 충분히 즐기고 있어 주위에서 많이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들 신세대 환경미화원들에게도 현실은 힘들다. 남들은 곤한 새벽잠에 취해 있을 새벽 5시 이들의 일과는 시작된다. 각오는 했지만 힘들 때는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잦은 안전사고는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부패한 음식물쓰레기에서 나는 악취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최근 신세대 환경미화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카페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포항 환경미화원을 사랑하는 모임'이란 뜻의 '포사모'란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어 매월 정기 모임을 갖고 업무논의와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근무 외에도 현장을 방문해 쓰레기를 수거한다는 계획이다.

카페 지기 장지수(27)씨는 "신세대 환경미화원들이 중심이 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환경보호 캠페인과 쓰레기줄이기 홍보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항시 노동조합 백승수 위원장은 "일 할 때와 여가를 즐길 때 등 공과사를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아는 신세대 미화원 덕분에 이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게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포항·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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