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대학이 358개나 있다. 대학생은 무려 355만 명이라고 한다. 대학 진학률은 81%로 선진국인 미국(63%)과 일본(49%)보다도 훨씬 높다. 대학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그 숫자를 늘려 왔기 때문이다.
급기야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넘어서기에 이르고, 경쟁력이 약한 대학들은 수능 성적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 모시기'에 전전긍긍하는 판이다. 백화점식 학과 신설, 외형 키우기에 골몰한 나머지 교수 1인당 학생수도 고교의 2배를 넘고 있는 형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천편일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엇비슷한 캠퍼스에 역시 그런 학과들을 두고 있다. 나름의 개성과 전통을 지닌 몇몇 대학마저 성격이 희미해져 버렸다. 대학 입학이 '고생 끝'과 같은 말이 돼 버린 지도 오래됐다. 그래서 '미국은 대학생이 죽고, 한국은 고교생이 죽어나간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학생 모집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가에 교육 내용을 특성화하는 등 변신의 바람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교육부는 2009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을 9만5천여 명이나 줄일 계획이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도 국립 21명, 사립 24명까지 줄이겠다고 한다. 이 같은 구조조정과 교육 여건 확충 움직임이 대학가에 몸집 줄이기와 특성화 바람을 일으키는 셈이다.
◎...교육부 이미 어제 특성화 지원 사업을 신청한 수도권 62개 대학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27개 대학을 특성화 우수 학교로 선정했으며, 내년부터 12개 대학의 정원을 909명이나 줄이도록 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특성화 사업과 연계해 우수 대학에만 지원하게 됨으로써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아무튼 이제 대학들이 살아남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본의든 타의든 이 길 밖에 없게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선진국 대학들은 우열이 크지 않고, 대학마다 특성화돼 있다. 적어도 한 분야라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도 한 분야라도 우수한 대학으로 육성하는 바람이 요구된다. 그 지름길은 과감한 구조조정, 유사 학과나 대학간의 통폐합이라는 진단이 나와 있기도 하다.
거기에다 대학 간판으로 출세하려는 풍토 역시 지양돼야만 한다. 군살 빼기와 한 우물 파기는 아무리 강조돼도 좋으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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