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에서 제정될 예정인 R&D(연구개발)특구법이 국가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포항), 광주, 대전(대덕)이 논쟁의 중심지역. 대구와 광주는 지난 13일 '내륙 지방거점도시 삼각 테크노벨트 구축방안' 중간 용역보고를 통해 대구 및 광주 R&D특구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과학기술부는 14일 '대덕연구개발특구특별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도 14일 '포항 첨단소재 R&D 특별지역 추진 심포지엄'을 열었다.
과기부와 국가균형발전위는 23일 대전에서 2차 공청회를 열어 정부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R&D특구법 제정과 관련한 대구와 광주, 대덕, 포항 등의 주장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성장동력 창출이 우선이다
올해 3월 국정과제회의에서 대덕R&D특구 육성 방침을 정하고 대덕R&D특구 추진단을 설치한 정부의 목표는 새로운 국가적 성장동력 창출이다.
9년째 국민소득 1만 달러에 머물고 있는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핵심거점으로 R&D인프라가 축적된 대덕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2003년 정부의 R&D투자 4조6천여억 원 중 대덕을 포함한 대전지역에 투입된 금액이 1조5천여억 원으로 전체의 32.2%나 차지한다.
서울(1조1천억원, 23.9%), 경기(8천300억원, 17.9%) 보다도 훨씬 많은 우리나라 최고다.
지난 30여 년간 대덕 개발에 투입된 정부의 전체 예산은 3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덕이 우리나라에서 R&D 역량이 가장 뛰어난 지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대덕R&D특구법안은 대덕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함께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한 세대 동안 국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소 집적지에 머물 뿐 혁신클러스터로 발전하지 못한 한계에 대한 비판이다.
이 때문에 대덕R&D특구법안은 R&D 자체에 대한 것보다 R&D의 산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대덕의 R&D 역량을 산업화로 연결시키지 못할 경우,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덕에 또다시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논리로 발전한 셈이다.
◇균형발전이 중요하다
대덕R&D특구 특별법을 반대하는 대구와 광주의 핵심 논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현 정부의 국정목표인 국가균형발전이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정부 R&D 예산의 77%가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또다시 대덕만을 위한 특별법이 생긴다면, 국가 R&D의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국가균형발전도 물 건너간다는 주장이다.
내륙 거점도시인 대구와 광주의 지난해 정부 R&D 예산은 각각 2.4%(1천94억원) 및 2.9%(1천365억원)에 불과했다.
과학기술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대구 등으로서는 낯부끄러운 수치인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와 광주시, 지역 정치권은 R&D특구법을 '대덕특별법'이 아닌 '일반법'으로 제정, 대구와 광주 등도 일정한 조건을 갖추게 될 때 R&D특구로 지정돼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덕만을 위한 R&D특별법 제정을 반대하고, 일반법 제정을 찬성하는 것은 경북과 포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포항의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
이런 차이는 우리나라에서 상당한 수준의 R&D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는 지역이 대덕과 포항, 2곳뿐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경북과 포항지역 전문가들 중에서 "당초 정부에서 대덕과 포항을 함께 R&D특구로 지정하려고 했으나, 대구와 광주가 R&D특구 이슈를 제기하는 바람에 특구법안을 대덕으로만 한정했다"며 섭섭함을 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포항은 R&D특구법이 일반법으로 지정될 경우, '대덕'에 이어 '포항'이 가장 먼저 R&D특구로 지정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다소 껄끄럽기는 하지만, 대덕만을 위한 R&D특구법 제정 저지 투쟁에 대구와 광주, 경북, 포항이 함께 연대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 예산확보가 관건이다
대덕R&D특구법안과 지역특화발전특구의 R&D특구(이미 9곳 신청)와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차원의 전략적 예산 지원이다.
정부는 대덕R&D특구를 위해 3천억원의 특구지원기금과 2천억원대의 특화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반면 지역특화발전특구의 R&D특구는 각종 규제 해제의 혜택만 있을 뿐이다.
정부가 R&D특구법의 일반법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도 예산 때문이다.
솔직히 대덕R&D특구를 위한 5천억원의 예산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R&D특구가 늘어나면 결국은 예산 나눠먹기로 전락, R&D특구 사업은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 대덕에 이은 2번째 R&D특구로 유력한 포항은 특화전략을 세웠다.
대덕이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RT(원자력기술) 등 종합적 R&DB(연구개발 및 상업화) 혁신클러스터를 추구하는 반면, 포항은 '첨단소재' 분야로 특화된 R&D특구를 육성하겠다는 틈새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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